한진 집안소송 형님이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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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은 생전에 ‘브릭트레이딩’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대한항공이 기내 면세품을 수입할 때 외국 납품업체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였다. 조 회장은 조양호(59) 한진그룹 회장, 조남호(57) 한진중공업그룹 회장,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사망), 조정호(50)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등 아들 4형제에게 24%씩의 지분을 나눠줬다. 형제들은 매년 연말에 2억~4억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런데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사망하자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이듬해 ‘삼희무역’이라는 회사를 새로 만들었다. 이어 해외 납품업체들에 연락해 ‘이제부터 브릭트레이딩과의 거래를 끊고 삼희무역과 거래하라’고 알렸다. 수수료 수입이 끊긴 브릭트레이딩은 사실상 폐업상태가 됐다. 배당금을 받지 못하게 된 동생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이에 반발했다. 이들은 형을 상대로 30억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내주)는 동생들에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선대 회장 사망 후 대한항공과 그 계열사는 장남 조양호 회장의 몫으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그 존립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브릭트레이딩 역시 조양호 회장 몫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이어 “면세품 납품 알선업체를 변경하는 것은 통상적인 경영권 행사인데 동생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변경할 수 없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올 초 “형이 동생들에게 6억원씩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냈으나 양측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결렬됐다. <본지 2월 19일자 10면> 한진가는 조중훈 회장 사망 직후 유언장의 진위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등 형제간 분쟁이 이어져 왔다. 동생들은 2005년 형을 상대로 ㈜한진의 최대주주인 정석기업의 차명주식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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