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B 육성 포기는 말도 안 돼 … 초등생에 중학교 진학 말라는 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한국 금융권은 미국의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 진출과 투자은행 육성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서울파이낸셜포럼 주최로 열린 ‘미국 금융위기와 한국의 기회’를 주제로 한 긴급 토론회에서다. <토론 중계 e4면>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최근 위기가 미국식 자본주의의 종말이나 투자은행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섣부르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에 퍼지고 있는 ‘투자은행 육성 포기론’과 ‘금융 규제완화 유보론’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와 규제완화 전략이 역풍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면서 “최근 사태를 교훈 삼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되 경쟁력을 갉아먹는 낡은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기환 서울파이낸셜 포럼 회장, 김수룡 도이치은행 한국 회장,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최운열 서강대 부총장, 최명주 GK파트너스 사장,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재단 이사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애반 램스타드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너무 많은 돈이 풀린 상황에서 금융사들과 감독당국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탓에 금융위기가 온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번 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상당 기간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국제 공조로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최운열 부총장은 “한국의 투자은행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투자은행 육성을 포기하라는 것은 대학생이 사고를 냈으니 초등학생에게 중학교에 진학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황이 한국 금융업계에는 오히려 큰 기회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웨커 행장은 “최근 일본과 유럽의 금융사들은 미국 투자은행 지분을 사들이는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의 글로벌화와 대형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한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