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국인투자 주도세력 英.美 임무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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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국세 퇴조,미국세 급부상.」 92년 국내증시가 대외에 개방된 이래 외국인투자자간 시장주도세력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개방초기 외국인투자를 주도하던 영국계투자자들이 갈수록 시들해지는 대신 미국계투자자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증권감독원이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매수-매도)동향을 나라별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92년 한햇동안 영국은 4천7백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전체 순매수액의 40.9%를 차지하면서 최대 매수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영국의 순매수비중은 93년 29.9%로 줄더니 94년9.3%,95년 6.4%로 급감했다.올 들어서도 그 비율이 11.0%로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이에 반해 미국은 순매수비중이92년 25%로 영국 다음이었으나 93년 31 .3%로 앞서기시작해 95년 29.0%,96년 32.8%등으로 한국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는 나라로 부상했다.
투자자수(기관투자가 포함)에서도 영국과 미국은 대조를 보였다.증감원에 투자등록한 영국투자자는 92년 3백14명에서 현재 7백28명으로 2배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미국은 5백3명에서 1천7백89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관계자들은 『영국계투자자들은 단기승부하는 경향이 강해 어느 정도 주가가 오르면 투자열기가 식지만 미국계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은 중.장기적』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개방초기의 시장주도권은 영국이 쥐고 있다가 미국.일본 순으로 넘어가는 예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92년 국내증시에 저PER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 다름 아닌 영국인으로 이들은 이들 종목에 집중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한편 말레이시아.아일랜드등 투자자유지역을 경유한 외국인들의 우회투자가 최근 들어 급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말레이시아의 경우 순매수비중은 94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7.4%의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95년 25.9%,96년 31%등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이는 말레이시아내에서는 펀드설립이 자유롭고 세금부담이 별로 없는 이점을 이용해 외국자금이 국경이동이 자유로운 헤지펀드등을 만들어 한국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증감원관계자는 설명했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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