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화체험>日후쿠오카 문화인프라 시찰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홍사종(정동극장장.사진)씨는 국내 문화계 일선 전문가 9명과 함께 일본국제교류기금 초청으로 도쿄(東京).교토(京都).후쿠오카(福岡) 등지의 문화인프라를 시찰하고 돌아왔다.후쿠오카역에서 걸어서 4분 거리 에 위치한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원래 메이지유신 이래 1백년동안 후쿠오카의행정 중심지였던 곳.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손을 잡고 7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3월 준공한 국제문화정보 교류의 거점이다.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좌우대칭의 13 층짜리 쌍둥이 빌딩은 계단식으로 꾸며져 층마다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있다.한편 지난 6월 해안 신매립지에 개관한 후쿠오카종합도서관은 영상 라이브러리도 갖추고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편집자註] 지난 4월과 6월 일본 그래서 고대로부터 대륙문화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임을 입증하는 조각.공예.고고학자료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다.
지방자치가 잘 발달된 일본의 지방문화는 세계화를 지향한다.엔(円)화의 위력을 앞세운 신문화시설의 확충은 그 위용뿐만 아니라 건물의 위치와 구도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세계의 교감을 우선고려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지난 4월과 6월 일본 후쿠오카에 복합문화시설인 「아크로스 후쿠오카」와 「후쿠오카 종합도서관」이 각각 문을 열었다.지방자치단체가 오랜 숙의와 계획.조정등의 준비기간을 거쳐 만들어낸 걸작품이랄 수 있는 이 두 시설물은 도시계획 단계부터 우리나라와 전 혀 다르게 만들어졌다.
종합도서관이 건립된 신매립지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정보문화시설의 비중이 9.1%나 차지한다.반면 우리의 일산.분당 신도시의 문화시설 비중은 0.02%에 불과하다.문화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궁극적으로 경제에 대한 투자임을 이들은 예견한 것같다.
후쿠오카 종합도서관은 연면적 8천평에 이르는 그야말로 매머드시설이다.2백만권을 소장할 수 있는 규모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단순 기능을 뛰어 넘어 국제정보교류의 장이자 지역문화정보의 네트워크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이 도서관을 통해 세계를 내다본다.부스 안에서 이용할 소프트 번호를 찾아 볼 수 있는 비디오 라이브러리,16㎜영화,하이비전 방송등을 볼 수 있는 미니극장,아시아 각국의 필름이 소장된 영상자료관,영상홀,어린이 도서 관,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방,탁아소,점자도서관,다다미방으로 안락하게 꾸며진 노인 도서실,청소년실,각종 회의실,식당,휴게실등.
문화도 생활의 편의와 연결돼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준다.
후쿠오카현 청사가 있던 중심지에 세워진 또 하나의 환경친화적복합문화공간이 아크로스 후쿠오카다.「ACROS」는 「AsianCrossroads Over the Sea」의 약자다.그래서인지 지상 14층 연면적 3만2천평의 이 문화공 간은 개관과 동시에 지역주민의 생활문화공간.국제정보문화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완벽 음향을 자랑하는 1천8백71석의 심포니홀에서는 지난 1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무용단이 2002년 아시안게임 부산개최기념공연을 가졌다.관계직원의 말에 따르면 수백명의 관객이 표를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정명훈씨 가 이끄는 런던심포니 일본순회공연도 11월13일 이곳에서 일정이 잡혀 있다.
레닌그라드 발레단은 이벤트홀에서,작은 콘서트는 소극장 규모의 원형무대에서 펼쳐진다.
이곳에는 국제 영상.문자정보관에다 전시실.국제회의실.야외공연장.호텔.쇼핑센터.식당가등 편의시설이 유기적인 형태로 서로 연결돼 있다.문화를 생활권과 자연스럽게 결합해 지역주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해 나가려는 후쿠오카의 문화인프라 확충은 일단 성공한 것같다.
『자국만을 지키기 위한 전투기 사업보다 무력의 사용 없이도 서로를 지킨다는 점에서 세계와의 문화교류 사업만큼 중요한 일은없다.』 필자 일행을 초청했던 일본국제교류기금 구조 가즈야키의말이다.이미 전투기 사업에서 앞서고 지방문화까지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는 섬나라 일본의 문화우위를 은근히 강조해 보이는 것같아 묘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일본이 문화로 먼저 뛰고 있다.
홍사종<정동극장장.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