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극장가 할리우드 大作들 막판 관객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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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여름 휴가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할리우드의 흥행대작들이 관객몰이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빅6」로 불리는 흥행대작중 현재 최고 인기작은 가장 마지막에 개봉된 『인디펜던스 데이』.지난달 27일 개봉된지 10일만에 서울에서만 37만명을 동원,신기록을 수립했다.노골적인 미국패권주의와 단순한 스토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하늘을 뒤덮는초거대 우주선의 스펙터클과 전자오락처럼 신나는 공중전에 한국 관객들은 마냥 즐거운 모양.
인기 2위는 『더 록』으로 뛰어난 액션과 함께 두껍고 탄탄한극적 구성이 흥행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40만명에서 7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트위스터』『이레이저』『미션 임파서블』등은 개봉 한두달을 넘기면서 관객의발길이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방학이 끝나는 20일께가 흥행의 고비로 보인다.
첨단기법에 스토리가 실종된 흥행대작들에 대한 반동으로 무기교의 자연미를 내세운 가족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호암아트홀에서 개봉된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3일만에 3만명을 동원하는 호조를 보였고 평일에도 꾸준히 매진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다이하드 3』등 대작을 누르고 폭발적 인기를 얻은 상황이 한국에서도 재연될 조짐이다.동양권 관객이 좋아할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불치병에 걸려 주변으로부터 소외된 11세 소년을 감싸는 친구의 우정은 어찌 보면 가장 흔하고 평범한 구도.그러나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재에 접근하는 연출방식은 여간한감각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죽음의 이미지와 선연히 대비되는 푸른색의 화면처리,두 소년의우정이 시작되는 경쾌한 전반부와 사별로 맺음되는 슬픈 후반부를재치있게 조율하는 데이브 그루신의 음악이 영화보는 맛을 더해준다. 올여름 시즌 유일한 가족영화인데다 모처럼 진한 눈물을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이어선지 여성관객이 유난히 많은 영화다.여성영화는 30대이상 주부들이 주고객층인데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10대 청소년 관객도 상당수 몰리는 게 특색이다.
주부들은 아들 앞에선 웃다가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아나벨라 시오라)에게서 공감대를 느끼는 반면 10대 여중.고생들은 극중 나이를 뛰어넘어 성숙한 매력을 발산하는 아역배우 브래드 렌프로에게 눈길을 집중한다는 분석.
이번 주말 개봉되는 영화는 『히트』 『드래곤 하트』,그리고 한국영화 『환희』가 있다.『히트』는 내면적으로 「같은 과」임을인식하는 경찰과 갱의 묘한 심리게임이 영화의 포인트.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대결이 압권이다.그러나 드니로의 부하로 나오는 발 킬머등 조연들의 연기도 좋다.미국 액션물이지만 홍콩누아르를 연상시키는 어둡고 음울한 연출이 한국 관객에게 잘 맞을듯.
『드래곤 하트』는 서양의 「원탁의 기사」전설과 동양의 용 이야기를 합친 오락영화.숀 코너리의 영화속 얼굴들을 컴퓨터로 합성해 만든 의롭고도 장난기 넘치는 용의 활약이 볼만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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