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막으니 … 코스피 사흘째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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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 증시에 끌려가던 한국 주식시장이 딴살림을 차렸다. 벌써 사흘째다. 24일 코스피 지수는 14.61포인트(0.99%) 오른 1495.98로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1% 넘게 밀린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증권업계에선 그간 한국 주식을 빌려 공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되갚기 위해 사들이는 ‘쇼트 커버링’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반등을 점치기엔 이르다. 미국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외국인=이날 거래소 시장(정규장 기준)에서 외국인은 543억원을 순매수했다. 업계에선 공매도 청산을 위한 물량이 많았을 걸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공매도가 많았던 현대중공업(1.8%)·LG(3%)·삼성중공업(1.5%)·대우건설(5.3%)이 많이 올랐다.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13일부터 최근 20영업일 동안 공매도 금액이 전체 거래액의 5%(코스닥은 3%)가 넘는 종목에 대해 10거래일간 공매도를 못하게 하기로 하면서 외국인의 주식 되사기는 더 늘어날 걸로 보인다.

지난해 21조원대였던 거래소 공매도 거래 규모는 올 들어 지금까지 31조원대로 벌써 10조원가량 늘었다. 특히 전체 거래액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3.7%에서 지난달 5.3%로 확 높아졌다. 삼성증권 이나라 연구원은 “외국인의 쇼트 커버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그간 공매도가 많았던 건설·증권·조선 업종에 호재”라고 말했다.


◆급반등 기대 위험=공매도 제한 조치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주가를 끌어내린 미국발 금융위기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안을 내놓긴 했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은 1989년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도 정리신탁공사(RTC)를 세워 1000억 달러가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RTC가 만들어진 뒤 석 달 만에 주가는 설립 전 한 달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당시 추가 부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가 6년간 집어넣은 돈은 3940억 달러까지 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내년에 1조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 미국 재정적자도 골칫거리다. S&L 사태 때 미국 재정적자는 89년 1550억 달러에서 92년 3270억 달러로 3년 새 두 배로 커졌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에 단기적으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주가 상승)가 일어날 수 있겠지만 추세가 바뀌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 위기가 부동산 가격 급락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주가 급락으로 인한 금융위기는 민간 소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집값이 거꾸러졌을 땐 얘기가 다르다. IMF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 19개국의 집값이 급락하기 전후 각각 3년을 비교해 봤더니 민간 소비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이 61.5%에서 36.5%로 뚝 떨어졌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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