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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자연체험 기회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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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먹고 입을 것과 학용품.놀잇감 등 기초적인 생활 학습 환경은 풍족한 편이다. 그러나 성장과정에서 인간됨의 기본을 배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자연을 소재로 하는 놀이나 학습 같은 자연체험이 생략된 채 '자연문맹(自然文盲)'으로 커가고 있는 느낌이다.

맑은 시냇물에서 송사리떼와 함께 긴 여름해를 보내거나 팽이치기.연날리기 에 정신팔려 손등이 터지고, 마른 숲의 박새떼를 쫓느라 끼니를 거르던 방학의 낭만은 요즈음 어린이들에게는 영영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밤하늘의 쏟아질 듯 영롱한 뭇별들을 봐도 별다른 신비를 느끼지 못하고, 혹한을 견딘 나무가 기적처럼 새 움을 틔우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요즈음 어린이들의 평균적인 자연체험 수준이다.

매년 신학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는 사육관찰용 개구리알과 병아리가 어김없이 상품으로 등장한다.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전처럼 논이나 개울에서 지천으로 개구리를 만날 수 없는 까닭도 있겠지만, 어린이들은 자신이 직접 개구리의 서식지를 찾아 알을 채집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병아리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사육용으로 팔려가 곧 죽게 된다. 또 일정한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려 살아남는 놈을 가리는 '생명력 게임'용으로 수난을 당하다가 무참히 죽어간다. 한때 개미.달팽이 등 동물사육 상자가 어린이들의 막연한 호기심 속에서 유행하고 가상현실 동물사육기 '다마곳치' 열풍이 불었다. 지금은 '포켓몬' '텔레토비' 같은 캐릭터들이 우상이 되고 있다.

생명에 관한 호기심, 자연의 신비에 대한 궁금증이 왕성한 시기인 소년기에는 자연 속에서 살아 있는 생물을 '살펴보고' '잡아보고' '손에 넣어보고' '길러보는' 체험활동을 통해 지식의 폭을 넓히면서 생명과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배워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임채수 청소년 자연과 하나되기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