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쇼크...산업계에 일파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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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호황에 힘입어 기세를 올리던 국내 대기업들이 '차이나 쇼크'에 긴장하고 있다.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놓은 ^전자^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의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착수하는 한편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이 가운데 중국 특수로 모처럼 호황을 누리던 ^석유화학^해운업 등은 예기치 않은 이번 역풍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또 삼양사 등 일부 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일부 투자 계획을 보류키로 하는 등 이번 원저바오(溫家寶)의 발언이 국내 기업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중국내수 격감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수출^현지 판매전략^현지법인 자금조달안 등을 다시 꺼내 들고 시나리오별로 각색에 나섰다.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할 것에 대비해 벌써부터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분주하다.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구 가운데 상위 5%는 경기에 영향을 타지 않는 구매력이 높은 소비계층"이라며 "이들을 겨냥해 고급제품의 판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휴대폰,TV,에어컨 등의 중국 내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제품별로 수출및 투자전략을 다듬기로 했다.LG전자의 한 임원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제3국으로 수출해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중국 내수시장 영업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체들도 비슷한 처지이다.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생산제품의 절반이상을 중국에 수출해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국의 내수에 민감하다. 건자재와 플라스틱가공품 등의 원료수출에 직격탄이 날아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석유화학업체들이 중국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는데 상황이 확 달라질 수도 있다"며 "매출액을 상향조정했던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국에 대한 수출에 매달리고 있는 제지업체의 한 관계자는 "내수가격보다 중국에 대한 수출가격이 더 높아 국내의 부진을 충당하고 있는데 중국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철강업계는 원저바오 총리가 유독 철강업체의 과잉투자를 거론한점에 긴장하고 있다.시범적으로 강소성의 철강업체인 &&&(鐵本)의 투자 등이 제동이 걸릴 경우 이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다.포스코는 전체 수출액의 3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내수가 나빠지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철강 경기가 워낙 좋아 물건이 없어 못 파는 상황인 만큼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사업 계획을 손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사업전략을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최근 중국-미국 노선을 잇따라 개설하고 대형선박을 투입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했는데 이번 쇼크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역풍을 맞았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쇼크의 태풍권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은행대출과 적지 않은 관계가 있는 자동차의 현지판매도 타격이 예상된다.중국시장에서 대부분의 차를 할부로 판매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대출축소는 바로 영업에 직격탄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현지법인에 상황을 파악하라고 긴급 지시해 올 판매목표(15만대)를 낮출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의 중국법인들도 이번 쇼크의 영향권에 들었다. 삼성중국본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판매대금으로 어음을 받는 것이 관행인데 은행들이 어음보증 한도를 줄이기 시작해 부분적이나마 판매위축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또 현지 은행의 대출을 받아 공장을 증설하려던 업체들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투자를 해야할 처지이다.

우리은행 베이징 지점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 둥지를 튼 일부 중소업체들은 원자재 수입을 못해 공장을 가동하는데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라며 "대기업의 현지법인도 중국 은행의 움직임을 봐가며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자동차영업망(딜러)를 늘리고 있는 현대차가 은행대출을 통해 나서려 했던 딜러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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