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오트 쿠튀르(고급맞춤복)컬렉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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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성들이 옷에 대해 품는 꿈의 결정체.하지만 모든 여성들이가질 수는 없는 꿈」.
해마다 두차례씩 파리에서 열리는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컬렉션 무대엔 전세계 극소수 소비자들을 위한 화려한 옷의 향연이 펼쳐진다.
채산성 악화로 프레타포르테(기성복)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오트 쿠튀르의 현주소.하지만 상업적 이익이나 실용성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예술적 영감이 풍부한 옷을 만들어 내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창작열은 최근 막을 내린 9 6추동(秋冬) 컬렉션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오트 쿠튀르의 거장 이브 생 로랑은 무릎 길이의 벨벳 스커트와 정교한 프린트의 실크 블라우스,목선과 등을 깊게 판 몸에 꼭 달라붙는 이브닝 드레스로 특유의 우아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검은 색을 기본으로 다양한 톤의 보라색,착 가라앉은 녹색과 청색이 조화를 이룬 옷들을 내놓았다.
이번 컬렉션을 끝으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오트 쿠튀르 담당 디자이너 자리를 내놓는 지안 프란코 페레가 고별 무대에서 펼쳐놓은 주제는 「인도에 대한 사랑」.금빛 장식이 수놓인 불꽃 같은 진홍색 시퐁 드레스와 꽃무늬 자수가 놓인 가운 에는 아시아의 향취가 물씬 담겨 있었다.
한편 광택 소재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리는 것은 수년간에 걸친 패션계의 추세.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반짝이는 라이크라로 만든 꼭 끼는 바지와 윗옷을 기본 의상으로 속이 훤히 비치는 레이스 드레스,겹겹의 주름이 잡힌 나일론 코트를 걸쳐 입는 옷차림을 제시했다.
첨단 소재 개발에 열을 올려온 올리버 라피두스는 고무로 옷감겉면을 코팅한 웨딩 드레스,태양열로 보온효과를 얻는 파카등 첨단 의상들을 선보여 최근 상상력의 고갈이란 또다른 위기에 처한오트 쿠튀르의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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