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의 학력평가 집단 거부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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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부터 확대 시행되는 초·중·고교 학력평가에 대한 집단 반대가 본격화할 태세다. 전교조 서울지부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 등 6개 단체가 ‘일제고사 거부 시민행동’을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시험 당일인 다음달 8일, 14~15일에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 생태체험학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험중지 가처분 신청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학력평가의 취지는 학생의 학력 수준을 진단해 걸맞은 학습계획을 짜는 것이다.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부터 파악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학력평가는 학생에게 공부에 대한 자극을 준다. 교사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런 데도 학력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교육을 하지 말라는 거와 다를 게 없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한다는 게 학력평가 반대 이유다. 그러나 엄연한 학력 격차를 감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학력 격차를 줄이는 길을 찾는 게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선진국에서 전국 단위 학력평가가 자리 잡은 것도 그래서다. 미국은 학력평가 학교별 순위를 공개하고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는 폐쇄하기도 한다. 일본도 전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학교별 성적을 공개한다. ‘일제고사 거부 시민행동’은 이런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당장 집단행동을 중단해야 마땅하다. 학력평가를 가로막는 건 공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뿐이다.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학부모를 선동해선 안 된다. 전교조가 평가를 거부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실력 미달이 드러날까 두려워서는 아닌가.

학력평가는 학력 증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반대 세력을 설득할 수 있다. 학력 수준에 맞는 맞춤교육 활성화가 우선이다. 그러려면 학교와 교사 간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 시스템이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당국도 학력 수준이 낮은 학교에 대한 원인 분석과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