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가마솥 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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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피서지로 향하는 차량들로 도로마다대혼잡을 이루고,정전사고와 냉방병환자가 늘어나는등 더위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기온이 가장 높았던 것은1942년 8월12일 경주의 섭씨 43.5도였다.세계적으론 1921년 이라크 바스타지방에서 섭씨 58.8도까지 올라간 적이있다. 요즘 더위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한낮은 물론 밤이 돼도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熱帶夜)가 계속되고 있다.열대야란야간 최저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지표(地表)는 낮에 태양열을 받아 더워졌다가 밤이 되면 복사열 (輻射熱)을 방출한다.그런데 대기중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복사열을 흡수,이를 지상으로 되돌려보냄으로써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이다.특히 녹지가 부족한 도시는 높은 인구밀도,건물.주택 냉방장치에서나오는 폐열,자동차와 공장이 내뿜는 산 업열(産業熱)등으로 인한 열섬(島)현상이 겹치므로 온도가 더 올라간다.
기온이 사람의 평상체온을 넘으면 인체는 열을 식히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그 첫 반응은 말초혈관 확장이다.데워진 혈액을 피부 가까이로 밀어내 열을 방출시키려는 것이다.이때 혈관의 부피가 늘어나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며,이 때문에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열피로가 나타난다.
사람의 피부온도는 보통 섭씨 34도를 넘지 않는다.이 온도를넘으면 냉각기능은 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땀에는 염화나트륨이 들어있다.땀 발산으로 부족해진 체내 수분을 맹물로만 보충하면 저(低)나트륨증이 발생,근육수축 신호체계가 교란을 일으켜경련이 일어난다.가장 무서운 것은 체온조절중추가 파괴되는 열사병(熱射病)이다.체온조절중추 온도가 섭씨 41.6도를 넘으면 열조정 기능이 마비돼 심할 경우 사망한다.
옛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철이면 가까운 산을 찾아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냉면.냉국등 시원한 음식 아니면 보신탕.삼계탕등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를 잊었다.세상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그만한 피서법이 없는 것 같다.선풍기.에어컨으로 아무리 더위를쫓으려 해도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짜증나는 무더위 속에서 여유라곤 없이 바둥대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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