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스페인.이탈리아어 유행-새車이름 어떻게 지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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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 차가 나올 때마다 자동차회사들은 차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사내공모를 통해 종업원들 의견을 모아보기도 하고 상품기획실.
마케팅부서등이 중심이 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최종 결정은 실무진이 올린 복수의 차이름중에서사장이나 회장이 낙점한다.
차이름은 품질 못지않게 중요하다.따라서 차이름을 짓는데는 여러가지가 고려된다.촌스럽거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때,또는 어감(語感)이 좋지 않을 경우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업체들은 차이름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보안에도 무척 신경을 쓴다.
새차 이름은 과거에는 영어일색이었으나 최근에는 아반떼(스페인어:전진).마르샤(이탈리아어:행진곡).아벨라(스페인어:갖고싶은것).씨에로(스페인어:하늘)등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모두 신선한 느낌에다 고상하고 이상적 인 뜻을 가진말들이다.쌍용자동차의 승합차인 「이스타나」는 말레이시아어로 「궁전」이란 뜻이다.
이름을 지을 때는 국내외 상표등록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하는데수출할 때 현지에 비슷한 이름이 있으면 수출차 이름을 바꾸기도한다.엘란트라는 유럽.호주등지에서는「란트라」란 이름으로 수출되고 프랑스에서는 엑센트가 「뉴포니」란 이름으로 팔린다.
자동차업체들은 외양만 살짝 바꿀 경우의 이름 정하기에 더 고민이다.쏘나타Ⅲ처럼 몇번째 시리즈라는 숫자를 붙이기도 하고 뉴프린스.뉴세피아등과 같이 앞에 「뉴」자를 붙이기도 한다.이런 이름을 가진 차들은 일단 기존 차와 기본적으로 같 은 차라고 생각하면 된다.앞뒤 범퍼와 램프모양만 살짝 바꾼 차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또 요즘 선보이는 97년형 모델 역시 새차가 아니라 일부만 살짝 바꾼 차들이 많다.얼굴만 바꾼 이른바 「페이스 리프트」혹은 부분적으로 모양만 바꾼 「마이너체인지 모델」들이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신차발표회를 가진 코란도 이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기존 코란도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새차이기 때문에 이름도 새로 정해야 한다는 내부의견이 많았으나 결국 기존이름인 코란도를 계속 사용키로 했다.새 이름을 사용하기보다 「Korean Can Do」의 약자로 지어져 지프의 대명사처럼 된 코란도를 그대로 사용하는게 여러모로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대는 쏘나타 후속모델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쏘나타 후속모델을 현대를 대표할 간판차종으로 키울 생각이면 쏘나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시리즈는 처음에 「소나타」로 결정됐다가 「소(牛)들이 타는 차」라는 뉘앙스 때문에 첫자를 경음화해「쏘나타」로 바꾼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름의 중요성이 큰 탓인지 어느 업체에서 새 모델을 내놓으면경쟁업체들이 새차의 흠을 잡기 위해 이름을 놓고 종종 시비(?)를 걸기도 한다.
기아의 아벨라가 나왔을 때는 「처녀가 타면 애밴다」는 농담이돌았으며 대우자동차 르망은 초창기에 「앞에서 보면 실망」「옆에서 보면 절망」등 「망」자(字)를 넣은 우스갯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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