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20~30代 50여명 공평아트센터서 'TV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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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TV에는 진실이 없어.모든 것은 허구야.』 『TV는 늘 나를 기다려줘.적당한 자극과 적당한 감동을 갖고.』 『나는 TV를 보면 쓸쓸해.웃고 떠드는 저 사람들은 나를 볼 수 없잖아.
』 『TV는 가장 권위적인 권력이야.』 경이로움의 대상에서 「바보상자」라는 질시의 대상,다시 없어서는 안될 현대문명의 필수품으로 다양한 변신을 해온 TV.TV없이 살아가기 어려운 오늘날의 20,30대 젊은 작가들이 느끼는 TV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 는 전시 「TV전」이 지난달 31일부터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TV가 주요 매체로 사용되는 비디오 아트와 영상 설치작업뿐 아니라 평면회화.사진.디자인.퍼포먼스등 다양한 형식으로 TV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평면회화▶비디오.모니터작업▶영상설치▶퍼포먼스등 크게 네부분으로 나뉜 이번 전시는 덕원미술관 큐레이터 임연숙씨와 작가 최금수.이윰 세사람이 공동기획했다.
비디오.모니터 작업의 기획을 맡은 임연숙씨는 『처음 이 전시를 기획했을 때는 TV의 비인간성과 폭력성등 부정적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하지만 작가들마다 모두 다르게 느끼는 의견을 듣고나서 TV가 지닌 여러 면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나타내는 대규모 전시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임씨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TV가 가진 여러 성격을 보여주기위해 50여명의 많은 작가 작품이 출품됐다.
소위 「아티스트」라 불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의 TV관을 드러내기 위해 모인 것이다.
평면회화작가 이상권에서부터 영상감독 김대승,디자이너 김성계,PC통신을 통해 모인 실험성 강한 퍼포먼스팀인 김효진 & 황신혜밴드에 이르기까지 폭넓다.사람수만큼 의견도 다양하다.「천국보다 더 낯선」관념에 가득찬 세계로 바라보는가 하면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본 『황금박쥐』나 10원을 주고 동네 만화가게에서정신잃고 보던 실생활속 TV의 강렬한 인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아마 이 가운데 TV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업은 1층에 설치된 이윰의 영상설치작업 『마조히스트 TV』인 듯싶다. 영상설치 부문의 큐레이터를 맡고 있기도 한 이씨는 『TV는 한껏 미화시킨 폭력적이고 자학적인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안긴다.한마디로 새디스트다.시청자들은 이런 은밀한 잔인함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인 셈』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TV가 보여주는 잔인한 허상을 넓은 공간을 활용해 보여주고 있다.
TV는 모두 허상이지만 이 허상은 결국 실재의 반영이라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한마디로 허상과 실재가 전이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6일까지 계속된다.
733-9512.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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