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서 내달 1일까지 특별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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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으로 상징되는 미국 건국의 고향 필라델피아. 지난 주말 뉴욕에서 뉴저지 턴파이크를 따라 자동차로 1시간30분가량 달려 도착한 이 유서깊은 도시는 초여름 무더위가무색할만큼 폴 세잔 열풍이 뜨거웠다.
곳곳의 관광안내센터 매점엔 세잔의 사인이 새겨진 티셔츠와 야구볼이 전시돼 있고,버스들은 세잔의 과일 정물화를 허리에 매단채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세잔특별전(5월30일~9월1일)이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 주변은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관람객의 체온으로 더욱 달아올랐다. 세잔특별전이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우선 「세잔」이라는 이름 때문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잔은 세계 미술사에 크나큰 발자취를 남긴 천재 화가다.어두컴컴한 실내에서벗어나 햇빛의 변화에 따라 사물이 달라지는 모습에 주목 했던 후기인상파의 거장으로,이성적이고 지적인 표현 방식과 구조적.입체적 아름다움을 추구해 활짝 꽃피웠던 인물.세잔의 이같은 화풍은 이후 피카소를 위시한 입체파,마티스로 대표되는 야수파,말레비츠의 구성주의등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다른 이유는 이번 세잔특별전이 1936년 파리에 이어 60년만에 개최되는 대규모 전시회라는 점이다.전세계 미술관과 개인소장가들에게 흩어져 있는 세잔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전시회는 모두 소규모 테마전이었다.미술 애호가들로선 위대한 세잔의 숨결을 본격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감히」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유화 1백점,수채화 35점,스케치 35점등 세잔이 전 생애에 걸쳐 그린 풍경.정물.초상화 1백70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시회 관람을 겸한 관광객들이 속속 필라델피아로 몰리고 있다.필라델피아시는 전시회 기간중 줄잡아 50만명의 방문객이 4천만달러(약 3백20억원)를 뿌리고 갈 것으로 예상한다.시는 또 이번 전시회가 미국의 문화수도(首都) 라 할 수 있는 뉴욕을 제치고 개최되는데 대해서도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몇 차례의 예약 전화를 거쳐 가까스로 구입한 입장 티켓(12달러50센트)을 내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방은어깨에 메지 말고 손으로 들어야 하며 필기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는 경비 관계자의 주의사항이 하달됐다.일단 경매에 나왔다 하면 바로 수천만달러를 호가하는 엄청난 작품들이라 혹시나 훼손될까 우려한 때문이다.
이 전시회의 백미는 세잔이 일생을 두고 되풀이해 그렸던 특별한 주제『목욕하는 사람』과 『생 벡투아르 산(山)』의 그림들이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떻게 달관의 경지로 변모되고 있는가를 감상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수십년간 같은 소 재를 놓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양하게 표현하려 했던 세잔,그 천재성은 바로이 엄청난 노력에서 찾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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