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의 책사랑] 비켜나세요… 그림책 버스‘뚜뚜’가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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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에는 ‘그림책 버스 뚜뚜’가 달리고 있다. 거리를 지나다 귀여운 동물이 가득 그려진 버스를 보면 손을 흔들어 박수를 쳐주는 것도 좋겠다. 아직 버스가 한대밖에 없어 ‘뚜뚜’를 본 사람이 드물겠으나 앞으론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제2, 제3의 뚜뚜’에 스파크를 댕기려는 작업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다음카페(cafe.daum.net/ddoddobus)에 들어가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그림책 버스 뚜뚜’는 마을마다, 공원마다 어린이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이 ‘책의 동산’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뚜뚜’의 운전대는 주부 조준영(39·사진)씨가 잡고 있다. 11년 전 당시 네살인 딸에게 그림책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여주기 시작한 게 이제 ‘문화의 전도사’로까지 불리게 됐다. 조씨는 매주 화요일 부천 중앙공원으로, 격주로 월요일엔 서울 신월동 탈북 어린이 공부방으로 ‘뚜뚜빵빵’을 울리며 달려간다. 일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됐다. 그는 1500여권의 그림책이 들어찬 버스에서 동화도 읽어주고, 슬라이드도 틀어준다. 재미난 게임도 빠질 수 없다. 지난 3월부터 매달 한차례 ‘전국 투어’도 다닌다.

이미 제주도·대구·진해를 다녀왔다.

“처음에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도와주는 분이 많아요. ‘나누는 삶’에 관심이 컸는데, 이제 그 일을 하니 행복할 뿐이죠. 아이들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책을 들여다보고, 제 얘기를 신기한 듯 들어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뚜뚜’는 33인승 버스를 개조했다. 내부의 의자를 떼어내고, 양쪽에 책꽂이를 만들었다. 버스 창문에 커튼을 치면 ‘미니 슬라이드 극장’으로 변한다. 찰흙놀이·줄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조씨는 ‘뚜뚜’를 법인화해 시민운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공원에 폐(廢)버스를 이용해 도서관을 짓고, 이곳을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문화공동체로 만들 생각이다. 그의 뜻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도 늘어 자신감도 붙었다.

“많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버스 한대와 책에 대한 사랑만 있으면 돼요. 아이와 어른이 한데 어울릴 수 있으니 교육 효과도 만점이겠죠. ‘뚜뚜’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뚜뚜빵빵, 비켜나세요. ‘뚜뚜’가 나갑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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