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공장’ 현대차 새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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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공장도 연산 5만~10만 대 규모의 중소형으로 짓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동안 연산 30만 대 이상의 대형 공장만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방침에서 대폭 물러난 것이다. 이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 정 회장은 최근 “연산 5만 대 공장에서도 이익을 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연산 5만 대 공장에서 이익을 내는 스즈키를 필두로 도요타·혼다의 소규모 해외 공장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현대차는 11월 브라질 상파울루주에 연산 10만 대 규모의 소형차 공장 기공식을 한다. 이 공장은 2011년 상반기 완성해 5만 대를 시작으로 점점 생산을 늘려 2012년 10만 대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린다. 올해 3월 착공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연 10만 대 규모다.

현대차는 지난 6년 동안 현대차의 중국 베이징 1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인도·체코 등 세계 5개국에 연산 30만 대 공장을 9개나 세웠다.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빠른 글로벌 공장 전개다. 기아차도 ▶중국 옌청(2공장) ▶슬로바키아 질리나 ▶미국 조지아(2009년 완공) 등 세 개가 있다. 그러나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 건설이 한계에 부닥쳤다. 앞으로 진출할 생산거점으로는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또는 말레이시아)와 호주·중동·아프리카(남아프리카 유력)가 거론되는데 이들 지역은 자동차 수요가 연간 100만∼150만 대로 대형 공장으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

또 기존에 지은 30만 대 공장의 가동률이 올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30만 대 규모로 완공한 중국 베이징 2공장과 기아차 옌청 2공장은 올해 상반기 가동률이 60∼70%에 그쳤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올해 생산 목표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인 22만 대로 잡았다. 가동률 70%를 겨우 넘는 것이다. 아산공장이 지난해 29만6600대를 생산해 가동률 99%에 달한 것에 비하면 이들 공장은 2교대 근무를 돌리기에도 벅찬 형편이다. 가동률 저하는 판매가 뒤따르지 못해서다. 가동률을 높이면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돼 잔업·특근은 엄두도 못 낸다. 옌청 공장은 앞으로 가동률 50%까지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2교대를 1교대로 바꿔 연간 10만 대 정도를 생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을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연간 5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에 큰 위기가 온다는 생각으로 소량 생산과 판매 방식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히데오 와세다대학 자동차부품산업연구소장은 “스즈키·도요타 등 일본 업체의 강점은 연산 10만 대 이하 소규모 공장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도 가동률 저하에 따른 수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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