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고속철의 '수송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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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는 새도 따르지 못하더라."
1899년이었다.
국내 최초의 증기열차
'모걸(mogul) 1호'가
경인선을 달리는 모습에
독립신문은 이렇게 감탄했다.
그때 속도가 시속 20km.

1930년대 이상(李箱)은
수필 '첫 번째 방랑'에서 썼다.
"경성 신의주
6시간 하고도 20분.
스피드업한 국제열차."

그로부터 70여년 뒤
고속철의 시속 300km-.

'꿈의 속도혁명'
'첨단기술의 총아'
'한반도를 반나절 생활권에'
'빛의 속도로 한반도를 가른다'

대한민국의 질주가
이제 시작된다고
모두 흥분할 만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
찬사는 희미해지고
손가락질이 앞선다.

고장 잦아 '고장철''사고철',
비싸다고 '귀족철',
돈 못 번다고 '적자철'
심지어 "KTX는 개텍스"라나.

왜 이렇게 됐을까?

"빠르지만 불편하다. "
"우리가 짐짝이냐. "

한두 시간 단축과 쾌적함을
맞바꿀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승객들 소감을
철도청은 듣고나 있는지.

아직도 철도청은
고속철을 타는 사람 수를
'승객수'가 아니라
'수송량'이라고 부른다.
고속철엔 화물칸이 없는데도.

중요한 건 속도만이 아니었다.

*고속철의 '수송량'이 늘지 않아 철도청이 고민 중이다. 기업적인 경영마인드 없이는 승객을 불러모으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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