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漢水이북의 治水체계 정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사흘동안에 4백~5백㎜의 비가 내린 한수(漢水)이북 지방에서비 피해가 작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그러나 사전대비가 좀더철저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물이 빠지고 복구작업이 시작되면서 사전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여러군데에서 발견된다.한수이북의 치수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린 한수이북의 파주.연천.철원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군사지역이다.서울을 방위하는 엄중한 무장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치산(治山).치수(治水)등 경제적 안목의 국토정비가 여의치 못했다.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도 이 지역은 개발유보(留保)권역으로 분류돼 있다.이 지역은 수도권 집중억제시책의 하나로 각종 개발사업이 금지 또는 제한되는 곳이다.이곳의 인프라시설이 빈약한 이유는 이처럼 근본적인 제약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상 최대의 지역수해가 발생한 지금 상황은 달라져야 한다.행정편의상의 지역 구분이 이 지역에 인프라시설을 구축하는데 장애가 되면 안된다.인명.재산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본격적인 치수.통신.교통시설등을 보강해야 한다.당정(黨 政)도 종합치수대책을 세운다고 하니 임진강수계가 2011년까지의 장기 치수계획에도 빠져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주기 바란다.철로가 제방 아래로 깔려있는 터에 하상(河床)까지 높아졌다면 물난리는 예정돼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휴전선 인근지 역이라고 기상 레이더는 한군데도 없고,강우관측시설도 부족했다면 기상예보는 눈먼 예보나다름없었을 것이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이런 낙후현상은 모두 일소시켜 나가야 한다.이 지역을 산업개발지역으로 바꾸자는 뜻이 아니고 자연재해를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기본적 여건을 갖춰주자는 말이다.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내해 온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또 집과 재산을 잃은 민간인이나 귀중한 생명을 잃은 국군용사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치수시설정비를 중심으로 한 이런 정도의 종합개발은 가치있는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