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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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두 남자가 중국집에서 낮술을 먹다 택시를 잡아타고 옛날여자를 만나러 갑니다. 하룻밤 술 기운에 묻어두면 족할 이런 내용이 과연 남 앞에 내보일 어엿한 이야깃감이 될까.. 이 궁금증은 메가폰을 잡은 사람이 누구냐를 알면 해결됩니다. 새로울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들의 낡고 진부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전환시키는 홍상수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에 이은 홍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입니다. 헌준(김태우)과 문호(유지태), 이들이 사랑했던 선화(성현아). 이야기는 이들의 7년전 과거와 현재로 구성돼 있습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예비 감독 헌준이 유명대학 미대 강사인 문호를 만나 낮술을 마시면서 각각 회상하는 옛사랑의 추억이 전반부라면 두 남자가 술집을 하는 선화를 함께 찾아가 그를 놓고 펼치는 의뭉스러운 신경전과 수작이 후반부를 이루게 됩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제목의 주어는 '여자'이지만 이 영화의 여자, 즉 선화는 그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학시절 섹스에 대해 비명을 지르던 그녀가 현재에도 여전히 '아낌없이 주는' 역할을 하고 더구나 '미래'에 대한 설명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 불만스럽습니다. 그러나 같은 여자에 대한 저마다의 환상과, 그 환상을 연장하려는 두 남자의 심리 묘사는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만큼 세밀합니다. 그동안 카메라의 움직임이 별로 없는 화면을 고집해온 홍 감독은 이번엔 좌우 움직임을 많이 활용한 점에서 눈에 띕니다. 마약 스캔들과 누드 영상집으로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하던 성현아는 연기자 복귀의 면죄부를 얻었고 유지태와 김태우는 자연스런 연기로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프랑스 칸 영화제 진출이 확정되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오는 5월 5일 개봉합니다. 동영상=이병구 기자 내레이션=성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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