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硏,세계 첫 음성언어번역기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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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99년 1월1일 오후5시,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김일환부장은 미국.일본.독일.이탈리아에 있는 거래선과 새해 업무협의를 위한 PC화상회의를 갖기 위해 컴퓨터의 파워스위치를 올렸다.김부장을비롯한 각국 거래선은 각자 자신의 PC에 내장된 음성언어인식번역시스템을 가동시키고 각자 자국어로 대화를 해나갔다.
김부장의 PC 스피커에서 외국인들의 발언내용이 우리말로 번역돼 흘러나오는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외국인들이 하는 말을각자 컴퓨터가 번역해준 자국어로 들으며 회의는 아무런 불편없이진행됐다.
앞으로 3년 후 국내 기업의 사무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을 그려본 것이다.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첫선을보인 음성언어인식번역시스템이 그때 실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화체」 음성언어번역기로는 세계 최초 개발품(본지 7월25일자 2면 보도)인 이 음성언어인식번역시스템은 우리나라 말을 비롯,미국.일본.독일.이탈리아등 5개국어중 어느 언어로 말을 하든 나머지 언어로 즉각 번역해주는 「만능 통역■ 」다.
이 시스템 개발 주도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소는 우선 5개국어중 한.영.일 3개국어의 번역시스템 개발을 최근 완료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첫선을 보인 것.
음성언어인식번역시스템은 딱딱한 기계음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에가까운 소리를 낸다는 점과 일상생활에서의 자연스런 대화를 매끄럽게 번역해낸다.
각국 연구기관들은 대화체에 가까운 운율을 찾기 위해 수집한 음성 데이터베이스(DB)를 서로 교환하고 있다.각국 관계자들은지난해 3회 5개국 공동 워크숍을 갖고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인데이어 앞으로도 시스템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공 동개발 모임을가질 계획이다.
한국측은 13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음성언어인식번역시스템은 현재 72%의 어휘 인식률을 보이며 「어」「휴」등 감탄사까지도 통역해낼 정도다.현재 인식하는 어휘는 관광분야에서 통용되는 5천개 정도로 적어도 2020년에는 컴퓨터 명령어,인터네트 음성검색,각종 기기의 음성 제어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적용할 수 있게 된다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전자통신연구소 음성언어연구실장 이영직(李永稷)박사는 『전세계적으로 음성언어인식번역기의 상용화가 활발한 가운데 우리가 선진국에 앞서 기능이 가장 뛰어난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이 시스템의 상 용화를 위해업체들과도 협력관계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 시스템 개발은 정부지원을 받는 국책과제로 선정돼 정보통신부로부터 지난해와 올해 15억원씩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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