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올림픽 일본관중,다무라 꺾은 북한 계순희에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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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대회 84연승의 신화를 세워가고 있는 다무라 료코(일본)와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르는 16세 소녀 계순희(북한)와의 결승전. 누구나 뻔한 결과를 예상했지만 이 한판 승부는 애틀랜타올림픽 최대의 이변을 잉태하고 있었다.
26일 오후3시55분(한국시간 27일 오전4시55분)유도 여자48㎏급 결승전이 벌어진 조지아 월드 콩그레스센터 유도장.다무라의 멋진 한판승을 보기 위해 유도장을 점거하다시피 한 2천여명의 일본응원단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무라가 지다니.그것도 완전 무명선수에게….』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결승전 패배 이후 4년동안 「천하무적」이었던 다무라는 자신있는 표정으로 처음부터 적극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그러나 이상하게 계순희와의 결승전에서는 긴장된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상대의 엄청난 괴력을 의식했을까.
1분13초쯤 다무라의 발뒤축걸기에 계순희가 휘청거렸다.일본응원단의 환호성.이번에는 계순희가 안다리걸기를 했으나 점수와는 무관.다무라가 두차례 업어치기를 시도하자 계순희도 업어치기로 응수했다.역시 점수는 없었다.
2분쯤 계순희의 발뒤축걸기에 다무라가 휘청댔다.『아』하는 탄성이 관중석에서 흘러나왔다.
다무라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분명 이변이었다.남은 시간 22초.계순희가 움찔하는가 싶더니 다무라가 엎어졌다.「효과」가선언됐다.
관중석이 술렁대기 시작했다.다급해진 다무라가 만회하기 위해 덤벼들었다.그러나 제정신이 아닌 다무라의 반칙.「효과」에 해당하는 「지도」가 주어졌다.그리고는 경기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인공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는 20여명의 북한응원단외에는 모두 자기들 눈앞에서 벌어진 이 엄청난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계순희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세계각국의 취재진들은 『도대체 저 선수가 누구냐』며 난리법석을 피웠다.출전자 명단에는계순희의 영문표기가 「Kye Sun」으로만 돼있어 정확한 이름조차 아는 기자가 없었다.
계순희는 한국의 은메달리스트인 현숙희(24.52㎏급)와 지난11일 애틀랜타 그레디고교 연습장에서 처음 만난 이후 친해져 함께 연습상대를 해주며 다무라 공략법을 집중연구하는등 「남쪽 언니」에게서 지도를 받기도 했다.
애틀랜타=올림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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