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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통신,多者間 협상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무역대표부(USTR)가 우리를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한데 대해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차원에서 협상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은 맞는 방향이다.미국은 우리 통신시장의 규모가 급속하게 확대되는 것에 주목,최 대의 정치적효과를 올릴 수 있는 미 대선(大選)에 맞춰 우선협상대상국으로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국 지정은 미국이 갑자기 취한 태도가 아니다.그동안 미국측은 줄기차게 민간통신업자의 구매에 미국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이에 대해 한국측은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원칙적인 입장으로 맞서 왔다.
또한 통신서비스개방문제도 양자협상의제라기 보다는 WTO같은 다자간 채널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이에 미국은 WTO에 제소하면 해보라는 식으로 먼저 슈퍼301조라는 미국내법으로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미국요구를 무시하고 우선협상대상국으로 협상할 수 있는 기한은 최장 1년이고,WTO에 제소할 경우 12~18개월이 지나야 결과가 나온다.그러나 USTR측은 1년이라는 시한을 채울 필요없이 결렬되면 보복한다는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협박에 가까운 요구에 대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대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그렇지 않아도 대미적자가 대일적자를 능가할 정도로 크게 늘고 있는데 미국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안 가질 수 없다.그러나 감정 적 대응은 해결책이 못된다.민간통신업체에 대한 구매보증을 요구하는 미국논리는 WTO에 가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그렇지만 당장 반도체나 자동차에 보복관세를 얻어맞고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측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그 방향은 미국측이 바라는 정부에 의한 구매보증보다는 장비입찰시 국내외기업에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잡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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