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한국 남자농구 투혼 아쉬웠던 마지막 4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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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농구가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는가.악몽과도 같은 마지막 4분은 농구인으로서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했다.
종료 3분54초를 남기고 88-86으로 따라붙는 순간 서울올림픽에서 남자대표팀을 맡아 푸에르토리코에 79-74로 패했던 필자의 가슴은 설욕의 기대로 용솟음쳤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믿을수 없는 장면은 필자와 모든 농구팬들의 기대를 짓밟아버렸다.
동점을 이룰수 있는 노마크 찬스에서 오성식이 불필요한 트위스트 레이업슛을 던지다 림을 넘겼다.강동희의 2개 연속 레이업슛미스,허재의 레이업슛도 림을 스쳤고 정경호도 골밑슛을 백보드에다 찍어버렸다.
그동안 연속 10점을 내준 한국의 1승기회는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4분을 남기기 전까지 「실력은 별볼일 없고 오빠부대의인기에만 안주,정신력이 해이하다」고 비난받아온 「신세대」 스타문경은(20점).현주엽(16점.11리바운드)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감동적이었다.그러나 1승을 거둘수 있었던 승부의 기로에서 마무리를 책임져야 할 선배들이 경기를 망쳤다.승부욕도 책임감도부끄러움도 잃어버린 30대 전후의 「베테랑」들.
「돈」과 「인기」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전성기를 낭비해버린 「우상」들은 승패가 엇갈리는 극한 상황에서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
푸에르토리코전에서의 마지막 4분은 최악의 시대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한국농구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한국이 자랑해온 「혼의 농구」는 어디로 갔는가.애틀랜타의 황혼은 70년 방콕아시안게임을 제패한 김영일.이인표.신동파,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챔피언들인 신선우.임정명.이충희등 기라성같은 스타들의 희생정신과 담백한 투혼을 몹시도 그립 게 했다.
방열 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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