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TV시청과 열대야로 낮과 밤이 바뀌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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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기영(全己盈).조민선(曺敏仙)선수가 금메달을 딴 23일 오전10시쯤 대구시중구동성로 S보험 휴게실.한창 업무에 바쁠 시간인데도 한쪽 구석에서 직원 2명이 고개를 숙인채 졸고 있다.
같은 시각 오피스빌딩이 몰려있는 대구시동구신천동 M목욕탕.20여개의 휴식용 의자는 이미 빈 곳이 없고 점심식사를 거른채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는 인근 회사 직원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올림픽과 열대야로 낮과 밤이 바뀌고 있다.각종 경기가 심야에 중계되는데다 본격적인 무더위로 일부지방에는 열대야(熱帶夜)현상까지 나타나 시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올림픽개막 이후 아파트촌등은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직장 에는 부족한 잠을 메우려고 자리를 비우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이규호(31.회사원.서울강남구도곡동)씨는 『23일 새벽에는 여자배구가 중국과 손에 땀을 쥐게하는 접전을 벌인데다 유도에서2개의 금메달이 나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며 『직장 동료들도 메달소식이 전해진 22일부터 연 이틀 심야샤 경기중계를 본때문인지 업무시간에 눈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전주시덕진구 탑외국어학원은 이번주 들어 오전강좌는 텅 비는 반면 오후강좌에 오전수강생까지 몰려 자리전쟁을 벌이는 올림픽신드롬을 빚고 있다.
지각과 조기귀가도 올림픽신드롬의 하나다.22일 아침에는 오전8시35분쯤 끝난 가나와의 축구경기를 끝까지 보느라 지각한 직장인들이 많았다.또 평소같으면 퇴근후 동료들과 어울려 술집으로향하던 주당(?)들도 우리팀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곧바로 귀가하는 바람에 술집은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반면 24시간 편의점등은 간식과 음료수등이 잘 팔려 매상이 평소보다 20~30% 늘었다.광주시동구운림동 K마트 직원 金범윤(22)씨는 『퇴근길의 직장인들이 올림픽경기를 보 며 마시려고 캔맥주와 안주를 사가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 경기 시청으로 아파트촌등이 불야성을 이루는데다 남부지방에서는 최근 한밤에도 25도를 웃도는 열대야현상이 계속돼 전력사용량도 급증했다.
한전 집계에 따르면 서울.경기지역의 경우 심야 전력사용량이 평소의 2백28만㎾에서 2백60만㎾로,대구.경북지방은 88만7천㎾에서 1백10만5천㎾로 늘어났다.
대구.광주=김선왕.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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