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 첫 상임委서 쏟아진 이색주장.화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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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5대 국회 첫 상임위활동은 초선의원 1백37명의 의정활동 시험대라는 점과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의 신경전이 겹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그만큼 상임위마다 각종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초선의원들=23일 건교위에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목포-신안갑)의원이 정부가 제출한 수도권신공항건설 촉진법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반대해 건교부측을 긴장시켰다.
서울대 교수출신 길승흠(吉昇欽.전국구)의원은 문체공위에서 공보처 업무보고중 계속 『자료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며정부측을 물고 늘어져 의정활동에 의욕을 과시.
재경위에서 김민석(金民錫.서울영등포을)의원은 14대 선거전에서 라이벌이었던 나웅배(羅雄培)부총리에게 『비전문가로서 장관의고견을 듣고싶다』고 하는등 공손하면서도 집요하게 정부의 경제관을 추궁.
◇이색발언=통일외무위 홍사덕(洪思德.서울강남을)의원은 22일독일의 예를 들며 『정부는 갑작스런 통일에 대비해 통일후 북한내 토지.건물 구소유권자의 소유권 인정여부를 준비하고 있느냐』고 질의.권오기(權五琦)부총리는 당황한듯 『더 공부하겠다』고 답변. 국회 본회의장에도 노트북 PC를 들고 갈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던 통신과학기술위 정호선(鄭鎬宣.전남나주)의원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디스켓으로 내게하자』고 이색제안.
◇화제의 상임위=우선 주목끄는 상임위는 통일외무위.
상원(上院)으로 불릴만큼 거물정치인들이 즐비하다.박관용(朴寬用)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중 이회창(李會昌).최형우(崔炯佑).김윤환(金潤煥)상임고문 등이 소속돼 있다.자민련 박준규(朴浚圭).박철언(朴哲彦) 의원도 포진. 그러나 이들은 서로 상대방을 의식한듯 간단히 악수만 건넬뿐침묵하는 편이다.특히 李.崔고문등은 회의에서 발언을 거의 하지않았다.李고문의 측근은 『전직총리로서 정부를 공박하기가 쉽지않다』며 『필요할 때는 나서겠지만 아직은 분위기도 익힐겸 두고 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방위는 예년과 달리 「별」들이 드물어 또다른 화제.14대때는 장성출신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1명이나 됐지만 이번에는 5명으로 감소.
재경위는 30명중 황병태(黃秉泰)위원장을 비롯해 10명이 경제관료 출신인데다 기업인 출신도 9명으로 인적 구성에서 최고의전문성을 자랑.
◇이색 해후=사시 12회 출신인 법사위 강재섭(姜在涉)위원장은 위원회내에만 고시선배가 6명.그래서인지 姜위원장은 22일 첫회의부터 의원들에게 『선배님』이라 부르며 회의진행에 협조를 요청. 행정위에서는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대표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가 대좌.두 사람은 위원장실에서 애틀랜타올림픽을거론하며 환담했으나 정치적인 문제에는 일절 언급을 회피.첫날 회의에서는 이수성(李壽成)총리까지 정부측 대표로 출석 해 3명의 전.현직총리가 자리를 같이했다.
22일 오전 12.12및 5.18사건 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출석했던 문체공위 권정달(權正達.안동을)의원은 오후회의에서 공판 후유증 때문인지 내내 심각한 얼굴.그는 오인환(吳隣煥)공보처장관의 답변 도중 『옛날 군사정권때는 강압적인 언론통제 때문에 언론개혁이 있을 수 없었지만』이라는 대목에서 얼굴을 돌리기도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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