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올림픽 유도 김민수 응원없이 고군분투 은메달 획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유도경기장에는 아무도 없었다.응원단과 선수단 관계자들은 물론취재진도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경기장에 몰려 있었다. 일본.브라질.벨기에.프랑스 응원단이 경기장을 시끄럽게 할때안병근코치가 안타깝게 외치는 소리만이 유도경기장에서 들을수 있는 유일한 한국말이었다.
김민수는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그렇게 싸웠다.
3회전에서 만난 95년 세계선수권 2위 세르구예프(러시아)는너무나 벅찬 상대.
치열한 잡기싸움을 하던 김민수는 갑자기 세르구예프의 허리를 감싸안더니 그대로 메쳐 절반을 따냈다.소네만스(네덜란드)마저 발뒤축걸기 절반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오르자 소식을 들은 선수단 임원들과 취재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김민수의 파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준결승에서 만난 트레누(프랑스)는 95년 세계선수권 3위.30세의 노장이라는 점이 약간의 위안이었지만 역시 강호였다.경기시작 3분이 지나도록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했다.시력이 0.1로 콘택 트렌즈를 끼는 김은 공격을 당하면서 두번씩이나 렌즈가 빠지는 곤욕을 치렀고 결국 왼쪽 렌즈를 버리고 「짝짝이 눈」으로 경기를 계속해야했다. 3분6초가 지났을때 김민수의 번개같은 왼팔 「한팔업어치기」가 들어갔다.나동그라지는 트레누.주심은 손을 옆으로 뻗어 절반을 선언했지만 두 부심은 모두 손을 높이 들어 한판을 선언하고 있었다.벌떡 일어나 부심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던 김은 주먹을 허공에 뻗으며 환호성을 질렀다.대망의 결승진출.
결승전이 시작된 시간이 오후4시15분(한국시간 22일 오전5시15분).그러나 결승전에도 여전히 한국응원단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대부분 심권호의 첫 금메달을 보기 위해 바로 옆 레슬링경기장에 몰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1위 나트술라(폴란드)는 역시 한수 위였다.가로누르기 한판패. 그러나 『후회하지 않게 싸웠다』는 자신의 말처럼 김민수의 은메달은 무관심 속에서 캐낸,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었다.
애틀랜타=손장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