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장기투자 소득공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가 주식·채권형 펀드에 장기간 가입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과 관련해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유가증권 수요를 확충하기 위해 장기보유 주식·채권형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소득공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현재 펀드 투자가 너무 단기화돼 있어 문제”라며 “1, 3년 등 장기보유 상품에 투자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법제처에서 심사하고 있는 올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이르면 올해 말부터 관련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금융산업실장은 “갑작스러운 해외발 금융위기가 재연되면 펀드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펀드런’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주식시장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현지시간) 유동성 위기를 맞은 세계 최대 보험사 AIG에 85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함에 따라 금융시장은 일단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17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51포인트(2.7%) 오른 1425.26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44원 떨어진 1116.00원으로 마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이후 10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 정부가 AIG에 지원을 결정하면서 일단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며 “그러나 아직 금융시장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17일 중국 상하이증시(-2.9%)와 홍콩 증시(-3.14%)는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1년 이상 끌어온 문제”라며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준현·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