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미첼 "北 보다 적극적 태도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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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미국의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데릭 미첼 박사는 용천역 폭발 사고와 관련 평양이 지나치게 '체면'을 내세우고 있다고 28일 말했다.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선임 연구원인 미첼 박사는 아시아재단,연세대,CSIS가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미첼 박사는 클린턴 행정부시절 국방장관 특별 보좌관으로 근무한 민주당 계열 인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백악관은 10만달러(1억2천만원) 상당의 대북 지원 의사를 밝혔다. 용천 사고가 북.미간에 화해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까.

"힘들 것같다. 북한은 동족인 남한의 지원에 대해서도 '육로는 안된다'는등 지나치게 까탈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김정일 위원장이 너무 체면을 의식하는 것같다.중국도 그동안 북한에게 식량,석유등을 지원했지만 평양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얘기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 북한이 진정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좀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

-용천사고가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까.

"용천과 6자회담은 별개 사안이다. 6자회담이 6월중에 재개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6자회담에서는 이렇다할만한 돌파구는 만들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핵문제를 놓고 워싱턴과 평양간에는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아마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됐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회담을 마칠 것이다."

-베이징을 방문한 딕체니 미부통령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을까.

"체니부통령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이미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거나 핵개발을 멈출 수없다고 믿고 있다.따라서 체니는 중국 지도자들에게 북한 핵에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며 보다 적극적인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을 것이다. "

-4.15 총선에 대한 워싱턴의 시각은.

"워싱턴은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 등장한 서울의 젊은 정치 엘리트들의 성향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80년대 광주를 비롯한 민주화 운동등을 통해 정계에 뛰어든 인사들로 남북화해와 수평적 한.미관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굳이 반미(反美)인사로 간주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노무현대통령도 처음에는 반미 물결을 타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그후 온건한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았는가.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중앙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17대총선 당선자중 45%만이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다.

"현재 미국의 모든 외교정책 초점은 이라크에 모아져 있다. 만일 한국이 이라크 파병 결정을 번복할 경우 이는 한.미간에 상당한 외교적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는 워싱턴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11월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할까.

"11월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 존 케리가 부대통령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지만 언제라도 이는 뒤집어 질 수있다. 내 생각에는 누가 이기든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아마 선거판세는 미시건,오하이오를 비롯한 중서부 6개주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국대사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힐(51)대사는 역대 주한미국대사중 가장 나이 어린 인사다. 또 일본과 중국 대사는 빅네임(BIG NAME)을 가진 인사가 대사로 오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부시 행정부가 도쿄와 베이징과 비교해 서울을 홀대하는 것 은 아닐까.

"나역시 서울이 워싱턴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있다. 서울과 워싱턴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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