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성조기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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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느 나라 국민이건 제나라 국기를 아끼지 않는 국민은 없겠지만,미국인들 만큼 국기를 소중히 생각하는 국민도 드물다.미국인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세개의 성조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우선 하나는 달에 있는 성조기다.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우주인들은 달 표면에 성조기를 게양했다.
이 광경을 TV로 지켜본 미국인들은 미국의 위대성을 실감했다.
다른 하나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이오지마(硫黃島)기념동상의 성조기다.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45년 2월 미국 해병대는 격전끝에 이오지마를 점령하고 스리바치 고지(高地)에 성조기를 꽂았다.
마지막 하나는 1777년 만들어진 최초의 성조기다.독립선포 1년후인 그해 6월 필라델피아에 살던 엘리자베스 로스는 대륙회의로부터 미국 국기를 만들라는 주문을 받았다.바느질솜씨가 뛰어났던 그녀는 며칠동안 작업끝에 성조기를 만들었다.
그녀가 성조기를 완성한 6월14일은 「국기의 날」로 정해져 있다. 당초 성조기는 좌측 상단 푸른 바탕에 13개 별과 13개 붉고 흰 줄이 옆으로 그려져 있었다.독립선언에 참가한 13개주(州)를 상징한 것이다.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주가 두개 늘어나자 별 두개와 옆줄 두줄이 늘어났다.그후 주가 2 0개에이르자 줄은 13개로 환원하고 별숫자만 늘리도록 했다.그후 24회의 추가수정을 거쳐 현재 별숫자는 50개다.
흥미있는 것은 최근 20년간 미국에서 가장 번창한 사업중 하나가 바로 국기제조업이라는 사실이다.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을 때 성조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집착은 더 강해지고 있음을 알수 있다.미국의 쇠퇴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국주의 적 반작용이다.한 예로 지난 79년 발생한 이란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억류사건이 계속된 4백44일동안 국기판매는 4백배나 증가했다.
최근 미국에서 성조기가 패션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미국의애국주의와 관계가 있다.특히 애틀랜타 올림픽을 맞아 애국적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사이에서 성조기 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 상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한 대학 게시판에 붙었다는 대자보 내용처럼 남의나라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세계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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