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지역 ‘빅3’ 보면 미 대통령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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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이 11월 4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속 정당의 강세 지역이 아닌 접전 지역(swing states)에서 이겨야 한다. 미국 대선은 주(州)별 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에게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몰아주는 ‘승자 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메인과 네브래스카주만 예외적으로 연방 하원의원 지역구별 선거 결과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강세 지역에서 압승하는 것보다 접전 지역에서 신승하는 게 더 중요하다.

CNN 방송은 최근의 여론 흐름과 지난 대선 득표율 등을 고려해 8개 주를 접전 지역으로 분류했다. 플로리다(27명)·오하이오(20명)·미시간(17명)·버지니아(13명)·미주리(11명)·콜로라도(9명)·네바다(5명)·뉴햄프셔(4명)주다. CNN이 당초 오바마 쪽으로 기운다고 본 펜실베이니아(21명)는 접전 지역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매케인은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인 31개 주(286명)를 거의 모두 지키면서 당시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긴 지역 일부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10명), 미네소타(10명), 오리곤(7명), 뉴햄프셔, 메인(4명) 등이 매케인의 목표다. 이들 지역 몇 곳에서 이기면 부시가 승리했던 지역 한두 곳을 빼앗기더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목표도 비슷하다. 2004년 대선에서 25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던 케리가 승리했던 지역(19개 주와 워싱턴DC)을 그대로 장악하면서 부시가 이긴 지역 몇 곳을 쟁취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가 노리는 지역은 플로리다·오하이오·버지니아·콜로라도·네바다·아이오와(7명), 뉴멕시코(5명)다.

◆경합 주 중 ‘빅3’가 승부처=접전 지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은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다. 1960년 이후 이 세 곳 중 두 곳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매케인과 오바마는 세 곳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페일린 효과’에 힘입은 매케인이 상승세다. 15일 폭스 뉴스 조사에 따르면 매케인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의 인기에 힘입어 1주일 전까지 오바마에게 3~4%포인트 뒤졌던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에서 오바마를 3~5%포인트 추월했다. 반면 오바마에게 2%포인트 앞섰던 펜실베이니아에선 동률(47%)을 기록했다.

매케인 진영은 대선의 향방에 핵심 역할을 할 무당파(independent)와 여성층이 매케인에게 쏠리기 시작한 데 고무돼 있다. 폭스 뉴스 조사 결과 무당파 유권자들의 매케인 지지도는 지난달 20일 30%에서 9일 현재 46%로 급등했다. 반면 오바마는 같은 기간 무당파 지지도가 31%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5일 “페일린이 오하이오 시골 지역의 표를 끌어당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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