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핫뉴스] 거래신고제 지정된 강남권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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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얼마나 내렸나요. 더 내리겠죠?"(매수 희망자)

"더 내려가면 안 되는데…. 싸게 내놔야 하나요?"(매도 희망자)

지난 26일자로 서울 강남.송파.강동구와 경기도 분당신도시 등 4곳이 주택거래신고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뒤 이 일대 주택 시장이 급랭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997년의 외환위기 직후와 다른 게 있다면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일 뿐 매수세 위축 현상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가격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 것도 요즘의 시장 특징이다.

가격이 급락한 송파구 잠실 일대의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는 28일께부터 문의전화가 슬슬 걸려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매매가가 얼마냐"는 동향 파악용이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대기 수요자들은 많은 것 같으나 아파트든 주식이든 떨어질 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래신고제 이후 잠실 주공1단지 13평형은 2000만원, 5단지 34평형은 25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일부 중개업자는 거래신고제 시행으로 발생한 취득세 증가분에 해당하는 만큼 값이 떨어졌으므로 실수요자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강남구와 강동구도 매수세가 완전히 잠복한 채 급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고덕동 동서울공인 관계자는 "심리적 위축현상이 워낙 강해 거래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전했다.

분당신도시는 기존 아파트 거래가 중단됨으로써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정자동 일대 주상복합의 분양권을 취급하는 한 중개업소 사장은 "분양권은 거래신고제와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수요가 사라졌다"며 "기존 아파트의 경우 취득세 상승분만큼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요는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도움말=송파공인(02-422-5000), 동서울공인(02-3013-0808), 분당 동양공인(031-726-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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