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의 사치스러운 절대 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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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부인이 14명에 자식이 23명.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의 국왕인 음사와티 3세의 가족 구성이다. 1968년생이니 올해 40세다. 18세 때인 1986년 왕위에 올라 23년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소부사 2세는 부인이 70명이었다. 세상을 떠날 때 손자만 1000명이었다.

음사와티 3세는 18세 생일을 엿새 지난 86년 4월 25일 왕위에 올랐다. 그때 그는 현존하는 가장 젊은 왕이었다. 그는 ‘위대한 암코끼리’라는 뜻의 ‘인들로부카지’라는 칭호를 받은 그의 어머니와 공동 통치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섭정하는 셈이다.

그는 아프리카의 마지막 절대 군주다. 정부의 총리와 장관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으며, 추장직 등 전통적인 자리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어머니와 공동 통치 형식이라 권력이 어느 정도 제한되기도 한다. 총리를 임명할 때는 어머니에게 물어봐야 하는 정도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부왕이 시끄럽다고 폐지해버린 국회를 다시 열도록 할 정도로 어느 정도는 현대적이다. 물론 시대착오적인 절대 군주다 보니 황당한 일도 아무렇지 않게 벌이고 있다. 에이즈 확산을 막는다며 2001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18세 이하의 모든 미혼 여성에게 순결을 명령한 것이 한 사례다.

성 관계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당시 순결의 전당이란 걸 지어놓고 미혼 여성들을 그곳에서 거주하게 했다. 남자들의 접근을 금지하면 에이즈 확산이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다. 인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 당시 이 나라 인구의 3분의 1이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였다.

그는 백성들에게는 순결령을 내리면서 자신은 이를 어겼다. 2005년 17세의 여성을 13번째 부인으로 맞은 것이다. 관례에 따라 법을 어긴 왕은 소 한 마리를 벌금으로 냈을 뿐이다.
스와질랜드 왕은 전통적으로 첫 부인과 둘째 부인은 국가 고문회의에서 정해준 사람으로 맞는다.

이 두 부인은 전통 의식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으며, 그들의 아들만이 왕이 될 수 있다. 첫 부인은 마체불라 부족에서, 둘째는 모차 부족에서 맞도록 되어 있다. 부족 시대 전통이다. 그 밖의 부인은 왕 마음대로다. 숫자도 제한이 없다.

전통에 따르면 왕은 약혼녀가 임신했을 때만 결혼할 수 있다. 자식을 낳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황당한 일이다. 2005년 왕은 50만 달러짜리 호화 자동차를 구입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될 법이냐고 했지만 그는 구입 자금이 모두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고 강변했다.

왕은 13명의 부인 모두에게 BMW를 사줬다. 게다가 왕과 모후는 나랏돈으로 자가용 제트기를 구입하려고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의회의 모든 의원이 반대하는 바람에 불발됐다. 그가 제트기를 사는 데 쓰려고 했던 4500만 달러는 이 나라 2년치 의료비에 해당한다.

사실 이 나라는 아무리 국왕이라고 해도 이럴 형편이 아니다. 스와질랜드는 국민의 69%가 하루 1달러 미만 수입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이다. 게다가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스와질랜드 국민 120만 명의 3분의 1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다고 보고한 상황이다.

주식인 옥수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60% 감소한 2만6000t에 불과한 상태다. 내년 수확기까지 12만9000t을 수입하고 4800t의 구호식량을 지원받더라도 4만t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하층 40만 명은 굶어 죽을 위기라는 것이다.

음사와티 3세는 자신의 39회 생일잔치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700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왕은 국민 사기진작을 위한다며 잔치를 강행했다.
올해 4월 21일에는 이 나라 여성들이 수도로 행진을 시작했다. 13명의 왕비 가운데 9명이 전세기를 타고 유럽으로 쇼핑 관광을 간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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