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생화학무기 억제 최대과제-美국가이익委 탈냉전시대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세계의 슈퍼 파워,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自任)하는 미국이지만 알고 보면 미국도 철저하게 자국(自國)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나라다.
그런 미국이 최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오늘날 미국의 국가이익은 과연 무엇인가.왜 미국이 수많은 국제문제를 해결하려 드는가.세계 도처에 산재한 위협에 미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초당적(超黨的) 임시기구로 발족한 「미국국가이익위원회」가 답을 구하고자 했던 핵심문제들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샘 넌.존 매케인 상원의원,패트 로버츠 하원의원등 공화.민주 양당대표들과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백악관 안보보좌관,아널드 캔터 전국무차관,리처드 아미티지 전국방차관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17일 탈냉전시대 미국의 국가이익을새롭게 규정한 6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닉슨센터.랜드연구소등이 공동참여했다.보고서를 요약,소개한다.
◇냉전종식 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혼선을 보이는 까닭은 냉전시대 소련이라는 가시적 적국이 소멸되면서 대외문제에 대한 미국의간여를 당연시하던 국민의 지지기반이 무너졌다.또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급속히 수그러들고 정치인들이 국내문제에 보다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촉구하는 국민■ 압력이 결국 외교정책이표류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국인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협하는,미국의 사활(死活)이 걸린문제는 무엇인가 첫째,미국을 위협하는 핵및 생화학무기.
둘째,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등장하는 미국에 적대적인 패권국가. 셋째,미국 국경과 해역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주요 국가의 대두. 넷째,교역.자본시장.에너지 공급과 환경등 주요 국제체제의 붕괴 위험.
다섯째,미국 우방들의 생존 보장.
◇향후 미 국익을 위협할 요인들은 무엇인가 외교정책으로 동원할 수 있는 미국의 자원은 한계가 있다.따라서 대외정책은 우선순위를 정해 선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정책의 순위는 미국의 국익을 선후(先後)가 분명하게 간결히 규정함으로써 매길 수 있다. 이와 관련,대외문제를 다루는 언론매체들의 선정적 보도는 미국익에 대한 판단을 흐려놓는 경우가 있다.예컨대 보스니아나 아이티와 같은 부차적 문제들이 중국의 국제적 역할이나 핵확산과 같은 심각한 위협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을 초래한다 .
미래의 도전을 예측하며 차기 미국대통령이 비중있게 추진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중국이 세계무대에 편입하도록 지원하는 것.
둘째,핵무기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통제 강화,생화학무기 확산 봉쇄.
셋째,유럽의 우방들,일본과의 탄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유지. 넷째,러시아가 내분이나 권위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을 차단하는것. 다섯째,미국의 「유일한」 지도력과 군사력및 국제사회에서의신뢰 유지.
◇동아시아 지역과 관련된 언급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사활(死活)이 걸린 이익은 적대적 패권국가의 등장을 억제하고 한국과 일본이 자유롭게 번영하는 국가로서 미국의 우방으로 잔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세력균형에 일본과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현재 양국 모두 미국의 전략적 안정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의 안보협력 관계를 통상정책의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북한은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삼중고(三重苦)를 안고 있다.주변국 모두 전쟁억지를 원하고 한반도내에 새로운 핵무장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북한에서 급변적 사태가 야기될 경우 난민의 대거 남한 유입,북한 내부의 무력충돌,북한의 남침 도발,남한의 북진(北進)과 북한 핵시설 접수 가능성등을 예측할 수 있다.
◇보고서의 결론 첫째,선거철에 압력단체나 정파(政派)간의 대립으로 대외정책이 표류해서는 안되며 미국의 실질적 국가이익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기초해 대외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둘째,미국의 국가이익을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철저히 국가이익에 기초해 대외정책을 수행할 때 해외파병이나 예산확보등에 대한 대(對)국민 설득이 가능하 다.
셋째,미 국익을 사활적 문제로부터 부차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세분함으로써 부수적 문제로 인해 국가의 중대이익이 희생당하는 경우를 방지해야 한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