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탄야후,힘에 의한 평화 승리-96세계의 선거 바뀐 政權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선거는 종종 뜻밖의 결과를 낳는다.
올해 선거를 통해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비롯한 7개국의 집권 세력들이 맥없이 무너졌다.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이스라엘 선거였다.
대(對) 아랍 온건노선을 지향했던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 총리와 강경파 벤야민 네탄야후 리쿠드당 당수가 중동 평화의 장래를놓고 대결했다.이스라엘의 선거라기보다 「중동 평화에 대한 투표」였다. 이스라엘 사상 최초의 총리 직선 결과 네탄야후가 치열한 경합 끝에 페레스 전총리를 0.9%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이로써 네탄야후의 「힘에 의한 평화」 해법이 페레스의 「점령지 반환을 통한 평화」 방안을 눌렀다.이같은 이스라엘의 선거 결과 미.유럽등 서방과 중동 각국이 그동안 추진했던 평화협상의 진로가 바뀌게 됐다.가장 큰 현안인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미국과 중동은 네탄야후와의 대화를 시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나 중동 평화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4월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중도좌파 연합이 우파인 자유동맹을 누르고 2차대전 후 첫 좌파 정권 시대를 열었다.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정치혼란이 계속된데 대한 국민의 응징이었다.
지난 3월의 스페인 총선에서는 13년간 집권했던 좌파 사회당(PSOE)이 몰락하고 우파인 국민당(PP)이 정권을 잡았다.
사회당의 부정부패와 높은 실업률등이 패배 원인이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선거 결과는 장기집권 과정에서 부패한 기존 정치세력에 대해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더이상의 집권을 허용치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주도 장기집권 정권의 몰락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국가 진로에 대한 선택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3년간 집권했던 폴 키팅 총리의 노동당은 ▶영(英)연방 탈퇴▶공화국으로의 전환▶친(親)아시아.태평양 정책등을 주창했다.
이에반해 연합 야당은 영연방 잔류등 기존 노선을 옹호했다.결과는 장기집권 혐오증의 덕을 본 야당의 승리였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몽골 총선에서 민주연맹(BNP)의 승리는 1921년 공산혁명 이후 75년간이나 계속된 통치에도 불구하고 빈곤퇴치에 실패한 사회주의인민혁명당(MPRP) 정권을 국민이 외면한 결과다.
인도.방글라데시등 서남아시아 국가에서 모두 야당이 승리한 것도 기존 정치세력의 부패 스캔들과 극심한 정치혼란을 수습치 못한 무능력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윤석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