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추석 귀향일기] 충청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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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만점에 평균 2.8점.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지역구에 내려간 여섯 명의 여야 의원(한 명은 원외)이 전하는 지역의 체감경기지수다. 한마디로 죽을 지경이란 얘기다. 귀향 활동 중 여당 의원들은 “경제를 살리라고 대통령 뽑아 줬더니 이게 뭐냐”는 호통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야당도 잘한 것 없다”는 질책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성난 민심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한달 120만원 벌기 어렵다
60대 택시기사 계속 한숨
임영호 선진당 의원

“경제를 잘할 줄 알았는데 헛일이에유. 뭘 기대한대유. 기대없시유.”

추석 전날 대전 역전시장은 붐볐다. 다들 완행열차나 버스를 이용해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서민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찍었는데 너무 경기가 바닥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곳뿐이 아니었다. 대전역 앞 택시승강장엔 택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택시 운전 경력만 30년이라는 6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한숨으로 땅이 꺼졌다. 한 달에 120만원 벌기도 어렵다는 그는 “대전 지역의 경기가 바닥인데 정부와 여당은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 서민들 속만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새벽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목수는 추석 이후를 걱정했다. 건설경기를 부양하려고 정부가 노력하지만 지방엔 오히려 미분양이 쌓인다고 했다.

충청도 홀대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마디로 “충청도는 여전히 핫바지에유”란 것이다. “충청도도 지소리(제 목소리)가 있어야 돼유”란 얘기도 있었다. 충남 강경이 고향이라는 한 상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싸울 때 자유선진당이 올바르게 중재를 서야 한다는 말도 했다. “민주당이 강짜를 부리는데 편들지 말고 한나라당 2중대도 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서투른 여당도 그렇지만 야당도 민생 챙겨라 주문
김태흠 한나라 당협위원장


“명절 대목도 옛날 얘기지. 우리끼리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요.”

“도대체 경기는 언제 살아난대요?”

재래시장에서 “대목인데 장사가 잘되느냐”고 말 건넸다가 들은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한 상인은 “경제 살린다고 해서 이 대통령을 뽑았는데 내 손가락이 원망스럽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한 시간째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택시 기사는 추가경정예산안 문제를 거론하며 “정치싸움은 예나 이제나 그대로인 것 같다. 서투른 여당도 그렇지만 야당도 정부가 하는 일 그만 발목 잡고 민생 좀 챙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잘 아는 상인은 좀 더 진지한 얘기를 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보면 수도권·부유층·대기업 중심의 정책만 나오고 충청도 현안이나 서민 안정을 위한 정책 등에서 소홀히 하는 듯한 인상”이라고 했다.

추석 민심을 통해 본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는 안타깝게도 이렇듯 신통치 않다. 대외적 경제여건 탓도 있겠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낼 소통의 부재, 또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신뢰 정치의 부재 때문이라고 느꼈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이 다 같이 노력할 때다. 집권 여당의 당직자로서 책임감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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