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거국內閣' 제의배경-내년大選 공권력 차단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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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유재건(柳在乾)부총재가 11일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은 과거 김대중(金大中)총재 연설과는 어투가 전혀 달랐다.그러나 겉포장만 柳부총재의 것일뿐 사실상 원내에 들어가지 못한 金총재의 연설을 대독(代讀)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할 듯싶다.원고도 金총재 의지가 1백% 반영됐다.그러 니 이날 연설은 金총재의 발언으로 봐도 전혀 틀리지 않다.
이날 연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신한국당탈당을 촉구하고,신한국당.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 모두가 참여하는 거국내각체제 구성을 제의한 대목이다.
金총재는 지난 총선 직후인 4월18일 金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당적(黨籍)포기를 요구했다.당시 金총재 발언을 되새겨보면이 제의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金총재는 총선 직후부터 검찰과 경찰의 개입,북풍(北風)악용,언론 조작,금품 살포등이 패배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金대통령의탈당이나 거국내각체제로 선거에 공권력이 작용할 가능성을 막아놓자는 의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金대통령의 탈당 요구나 거국내각 제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金대통령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92년 대통령선거 직전 탈당한 것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격렬히 비난해왔기 때문이다.金총재 측근들도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그러나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공권력의 선거 개입에 대한 국민의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柳부총재는 연설에서 金대통령 집권기간을 ▶고향과 고등학교 후배들로 핵심요직을 채우는 인사▶널뛰기.비빔밥 외교▶갈피를 잡을수 없는 대북정책▶극에 달한 가치관의 혼란과 계층간 위화감▶개발독재시대에도 있었던 희망조차 사라져버린 파탄 직전의 경제등으로 맹렬히 비난했다.그러면서 『金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이 빚어낸국가적 위기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말로 거국내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 개인의 비극적 파국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며 은근히 위협했다.『국민 모두의 지혜를 한데 모으지 않으면 金대통령도 전두환(全斗煥).노태우씨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이 제의 는 현 집권층이 차기 정권 재창출에 집착하는 정도를 줄이려는 압력용이기도하다. 이 논리는 또 金총재의 「여야간,지역간 정권교체론」으로연결된다.柳부총재는 『국민회의가 집권하면 2년간 거국내각체제를구성하겠다』면서 『거국내각이 지역감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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