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맥틱코미디 "투 이프 바이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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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대개의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 만난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낭만적 터치로 그려낸다.그래서 만남의 계기가 특별할수록,사랑을 방해하는 갈등이 강할수록,그리고 반전이 극적일수록 재미있게 마련이다.이런 점에서 13일 개봉되는 『투 이프 바이 씨』는 별난 로맨틱 코미디다.
남녀주인공은 7년을 동거한 묵은 연인들이다.남자 프랭크는 그림도둑이고 여자 로즈는 슈퍼마켓 점원이다.두 남녀가 마티스의 그림을 훔쳐 중개상을 만나기로 한 시골로 내려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빈 저택을 찾아들어가 제집처럼 생활하게 된 둘은 친하지만 자주 다툰다.안정적인 삶을 동경하는 로즈는 도둑질 그만하라고 매일 잔소리다.그러나 프랭크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때 돈많고 잘생긴 이웃집 남자가 로즈에게 접근한다.애인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프랭크는 갖은 애를 쓰지만 역부족이다.로즈는『그 사람은 나를 소중하게 대해요』라며 프랭크를 벼랑끝으로 몰아붙인다.
이때 프랭크의 구세주가 나타난다.아이로니컬하게도 자신을 잡으려고 추적해온 FBI수사관이 그 주인공이다.프랭크는 이웃집 남자가 훔친 그림을 사들이는 거물 중개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대가로 사면되고 로즈도 다시 찾게 된다.
이웃집 남자와 로즈의 관계가 갈등요소로 약하고 연적의 정체를고발해 애인을 다시 찾는 결말도 상투적이다.거기다가 코미디와 로맨스가 어중간하게 뒤섞여 로맨틱 코미디의 매끄러운 맛이 덜하다.남녀주인공의 캐릭터도 관객들이 대리만족을 느 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그래서 이 영화의 재미는 각론에서 찾아야 한다.프랭크 역을 맡은 코미디언 데니스 리어리가 직접 쓴 대사는 재기발랄하다.시골뜨기 같은 두 연인에 관한 세부묘사는 해묵은 된장처럼 깊고 친숙한 맛을 준다.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산드라 블록이 맡은 로즈역은 착하다 못해 촌스럽다는 인상까지 준다.잘 재단된 낭만적 사랑의 전형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별미를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호주출신의 감독 빌 베네트가 할리우드에 진출해 처음 만든 작품.제목은 영국병사들이 쳐들어올 때 「육로로 오면 한번 바다로오면 두번」(One If By Land Two If By Sea) 신호등불을 깜박거리라는 롱펠로의 시구에서 땄다.그러나 영화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고 낭만적인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붙였다고 한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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