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각계 경제전문가 진단과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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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위기는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체질개선이 시급한 과도기 상태」「고(高)비용 해소가 급선무」등으로 요약되는 이번 설문조사결과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는 당장 경제가 거덜나는 위기상황은 아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끄는 대목은 응답자 대다수가 경기가 내려간다해서 정부가 부양책을 써서는 안된다고 응답한 점.언제나 부양책을 희망하게 마련인 기업쪽의 반응마저도 다른 부문보다는 못하지만 60.4%가 「부양책 불가론」에 동의했다.
이들의 한국경제 현실에 대한 공통된 진단은 경기하강이 아니라경쟁력 약화문제에 초점이 모아졌다.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현재의 어려운 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현상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규제완화를 실질적으로 이뤄내지 못하고 고비용 구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정부에 가장 큰책임이 있고,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한 기업도 상당부분 책임져야한다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들이 현 경제팀이 주력해야할 과제로 「사회간접 자본시설의 확충으로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고 은행금리를 낮추는등 고비용구조를개선하고,기업에 대한 정부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꼽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고비용 구조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힌 것은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저비용 고효율」구조로 바꾸지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어렵다는 점을시사한다.
이런 현실진단 아래 경제전문가들이 내놓은 처방전은 「갖가지 불필요한 정부규제와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차근차근 고쳐나가는일이야말로 경쟁력 강화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설문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경제 심상치 않다=전문가 10명중 6명 이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답했으며 「정상」이라고 말한 사람은 1.4%에불과했다.나머지 38.3%도 참을만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응답.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이유로는 경쟁력 상실(34.9%),무역수지 적자폭 확대(23.8%),과소비(17.5%)등의 순으로 꼽혔다.
고임금.고금리.고물류비용등 고비용 구조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무려 88.7%였다.
또 전문가 10명중 8명 이상(80.3%)이 현재의 경제문제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현상이라 파악하고 있으며 일시적이고 단기적이라고 보는 사람은 12.5%에 불과했다.
이밖에 기업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으론 ▶고비용 구조(72.
3%)▶정부규제(12.8%)▶기업의 능력부족(8.1%)▶국제경제환경 변화(6.1%)등의 순으로 지적됐다.
국제경제환경 변화중 우리나라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한국수출상품 구조(48.3%)▶반도체값 하락등 주력업종 환경(30.2%)▶엔저현상등 국제환율시장 변화(17.4%)등의 순. ***해외여행 규제 강화 반대 ◇국제수지적자와 물가불안이 걱정이다=국제수지적자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86.1%)이그렇지않다고 여기는 사람(4.6%)보다 훨씬 많았다.업계 관계자들의 32.7%가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경제관료들의 경우 이 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5.0%에 불과했다.
특히 전문가들의 절반 가까이(48.7%)는 여행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봤다.그러나 「해외여행 규제를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이 36.4%에 그친 반면 「현재대로」또는 「더 완화」를 주장한 의견이 63.6%나 됐 다.
물가불안에 대해서는 64.4%가 「심각하다」고 여긴 반면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은 10.8%에 그쳤다.
반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심각하다」고 느끼는사람(28.2%)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사람(37.
6%)이 더 많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6~7%에 대해서는 「낮지만 견딜만하다」(44.7%),「적정하다」(45.4%)는 응답이 대부분이어서 현재의 경기하강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개방정책은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된다=「개방속도가 빠른편」이라고 답한 사람이 51.7%, 「느리다」 또는 「적정하다」는 평가가 48.7%로 상반되는 반응이 팽팽히 맞섰다.
반면 개방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득실과 관련해서는 「 도움이 된다」는 사람(73.9%)이 「저해한다」는 사람(22.5%)보다 훨씬 많았다.
◇현 경제팀 할 일 많다=고비용구조 개선(47.3%)이 가장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이중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확충으로 물류비용 최소화(19.2%),고금리구조 개선(11.1%),기타 고비용구조의 전반적인 개선(17.0%)등이 지적됐다.
고비용구조 개선 다음으론 ▶정부규제완화(32.6%)▶물가안정(22.2%)▶국제경쟁력 확보(17.0%)▶정부정책의 일관성 유지(7.4%)▶노사안정(6.7%)등이 중요한 것으로 꼽혔다.
한편 현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응답자 10명중 1명만이 「잘한다」고 평가하고 4명은 「못한다」고 대답했다.
***장기적 경기전망 밝다 ◇경기예보는 「단기=흐림,장기=맑음」=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1년후의 경제에 대해서는 17.2%만이 낙관하고 47%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4년후인 2000년말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낙관하는 사람은 58.9%였고,10년후를 낙관하는 사람의 비율은 73.7%로 더 높아졌다.
*설문조사에 협조해 주신분(무순) ▶학계=김적교(한양대).노영기(중앙대).이준구(서울대).유한성(고려대).이선(경희대).손정식(한양대)외 16명 ▶연구소=곽영훈(동서경제硏).신장섭(매일경제硏).김영익(대신경제硏).오충걸(현대경제사회硏).윤지현(신한종합硏).이기혁(국은경제硏)외22명 ▶관료=이환균.김영섭.심상달(이상 재경원).이기우.임육기.전상은(이상 통산부)외 16명 ▶금융계=남영태(증권거래소).신광식(제일은행).윤병철(하나은행).이관우(한일은행).정몽윤(현대해상화재).홍세표(한미은행)외 30명 ▶기업체=강경복(선경건설).김덕연(현대자동차).김정만(LG화학).박경범(롯데칠성음료).박상호(삼성전자).황태현(포항제철)외 46명 박의준.안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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