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베네통社의 감각적 분석-화장실 휴지로 본 각국의 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국민총생산(GNP).국내총생산(GDP)이 한 나라의 후생 수준을 나타내기에 충분치 못하다면 대신 「화장실 휴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우크라이나=지폐(카르보바네트)로 뒤를 닦는 셈인 사람들이 많다. 매달 35의 카르보바네트가 종이공장으로 가서 화장실 휴지로 재생된다.
물론 인플레로 돈의 가치가 휴지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쿠바=두루마리 휴지란 암시장에서나 구입 가능한 「사치품」이다.가격은 6페소(약 2백원)정도.근로자 한달 평균임금 1백60페소(약 4천8백원)를 갖고는 살 엄두가 안난다.
▶영국=수준이 대단히 높다.그리스도 12사도중 한 사람의 이름을 딴 화장지 「안드레」는 하나에 4.13파운드(약 5천원)나 하는 비싼 물건이지만 지난해 영국 7대 히트상품중 하나였다. ▶독일=제지산업이 세계 최고수준인 독일에서는 화장실용 휴지를 전부 재생종이로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의 이름은 고맙다는 뜻의 「당케」.선전문구는 「질과 편안함에 관한한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미국=미국인 1명이 1년간 쓰는 화장지 길이는 자유의 여신상 키의 13배인 1.2㎞.
연간 34억달러(약 2조7천2백억원)규모의 시장을 놓고 경쟁사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냄새를 없애는 화장지,1백달러를 휴지 표면에 그려넣어 사용자가 쾌감(?)을 느끼게 하는 화장지등 기발한 제품이 해마다 등장한다.
▶일본=표면에 당근.호박등이 그려져 있는 「야채」라는 제품을쓰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소변의 산성도(酸性度)가 정상이면노란색 당근이 오렌지색으로 변하지만 알칼리일 경우 분홍색이 된다.값은 하나에 4백63엔(약 3천4백원).
정밀검사를 원한다면 토토사 제품인 「메디컬 퀸 투왈렛」제품이적격이다.맥박과 혈압,백혈구.적혈구의 숫자까지 알려준다.
▶인도=화장실용 휴지를 갖춘 집이라면 신분이 대단히 높거나 외국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국제화된 가정이다.
중류층의 인도인들은 보통 휴지 대신 8루페(약 2백원)를 주고 「로타」라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물을 사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 물도 사서 쓰지못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소독처리되지 않은 부근 우물물을 떠다 쓴다.
▶기타=잠비아에서는 옥수수 속대나 거칠지 않은 돌멩이를,모잠비크에서는 풀잎이 사용된다.
북부 시베리아에서는 눈으로 일을 처리한다.짐바브웨의 도시인들은 시골에 사는 친척들에게 신문지를 선물로 보낸다.
박장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