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건물번호 체계 수술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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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현재의 도로명과 건물번호체계를 전면적으로 수술키로 한것은 현행 체제로는 교통혼잡.물류비용 증가와 범죄.화재등 각종사고및 재난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21세기에 대비한 「도시경쟁력」강화를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현행 주소체제는 1910년 일제가 식민통치와 조세징수등을 목적으로 읍.면.동과 토지번호(지번)를 결합해 만든 것이어서 이번 조치는 경제.사회적 효과뿐만 아니라 일제잔재의 청산이라는 의미도 있다.
다만 기존의 주소와 병행 사용되므로 한동안은 혼란이 예상된다. ◇실태=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번이 체계적으로 부여된 곳은 전체의 18.6%인 87개동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번은 들쭉날쭉한 상태다.
예컨대 서울종로구숭인동 81의 5번지에는 74개 가옥이 있고용산구3가 40번지는 본번(本番)하나에 약 3천개의 부번(副番)을 부여해 건물찾기가 대단히 복잡하고 불편한 실정이다.
◇기대효과=내무부는 이번 조치로 국민생활의 편익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식과 행태가 선진화되는 무형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해 사용하면 선진국처럼 국민들이지도만 가지고 목적지를 쉽게 찾을수 있어 우편배달과 방문시에 겪었던 불편이 크게 해소된다는 것이 내무부의 설명이다.
또 건물찾기가 매우 쉬워져 물류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원.차량등 장비를 절감해 물류비를 줄이는 동시에 통신판매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치정보와 교통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안내함으로써 도시 교통을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범죄와 화재등 각종 사고와 재난에 신속히 대응할수 있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내무부는 이번 조치로 기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도시미관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정확한 위치를 알리기 어려워 비싼 임대료를감수하고라도 유명한 건물에 입주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앞으로 건물번호를 부여한 지도가 보급되면 누구든지 자기 위치를 쉽게 알릴수 있으므로 구태여 비싼 건물에 입주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이렇게 되면 영세업자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위치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간판광고가 난립해 도시미관을 해치는 일도 개선될 수 있다.
◇업계반응=지금까지 복잡한 주소체제로 인해 불편을 겪어온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택배(宅配)회사의 경우 현행 주소체제로는 택배가 매우 어렵기때문에 동별로 담당자를 지정,운영해 왔다.자연히 집하및 배송능력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어 이용자에게 부담이 전가돼 왔다. 택배회사들은 궁여지책으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사용하는 지적도를 복사해 사용하는 한편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택시조합도 콜택시 영업을 할때 도로명과 건물번호가 부여돼 있지 않아 운행중인 택시의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이를 확인하는시스템을 올해안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건물 번호가 부여되면 업계가 겪고 있는 이같은 불편은한꺼번에 해결될 전망이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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