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불기둥 가라앉자
차디찬 서릿발 바람.
날아가버린 집
무너져내린 학교,
서로 기대 불 쪼일 곳
바람 피할 곳도 없다.
모두가 멍한 표정,
입을 여는 사람도 없단다.
용천은 그저 적막이라는데.
들려오는 건
고통스러운 어린 울음뿐.
피는 아직도 흐르는데
기운은 자꾸 빠져나가는데
약도, 붕대도, 주사도 없다.
도와달라.
암, 도와야지.
이 말 한 마디로
그나마 어린 생명들은
구할 듯도 한데.
물건이 귀할까
돈이 아까울까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한달음에라도 가야겠건만….
국도 1호선으로
군사분계선에서 개성까지
30분 만에 내달을 수 있고
이곳에서 철길로 용천까지
불과 7~8시간.
그러나 육로로는 안 된다,
하늘로도 안 된다,
병원선은 안 된다,
물건 싣고 남포까지만 와라….
자기들 어린 목숨이
꽃잎 지듯 하는데도
지켜야 할 것은
그리도 많은가 보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내버려 두는 건
끊어진 철길도
폭풍도 아니다.
그네들의 정치,
그들만의 체제다.
*용천 이재민에게 지원될 구호물자를 실은 배가 28일 인천항을 출발했다. 이 배는 29일 오전 10시께 남포항에 도착하며 구호물자는 이곳에서 다시 250여㎞ 떨어진 용천까지 옮겨진다.
권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