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경찰청장 “왔습니다” 지관 스님은 말 없이 악수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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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 동화사에서 어청수 경찰청장이 지관 스님을 만나러 식당으로 들어가려 하자 스님과 신도들이 저지하고 있다. [경북일보 제공]


어청수 경찰청장이 10일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불교계 대표들에게 사과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날 동화사에는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등 불교계 20개 종단 대표가 ‘헌법 파괴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불교 대표자 간담회’를 열고 있었다.

어 청장은 오후 4시50분쯤 동화사 대웅전에 들어섰다. 이때 간담회를 위해 성보박물관으로 가던 지관 총무원장과 마주쳤다. 어 청장은 “왔습니다”라고 인사했고, 지관 스님은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한 뒤 지관 총무원장은 간담회장으로 향했다.

어 청장은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를 올렸다. 이어 스님들의 숙소인 서별당에 머물며 간담회가 끝나길 기다렸다. 7시15분쯤 어 청장은 서별당을 나서 지관 총무원장 등 불교 지도부가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공양간)으로 향했다. 서별당에서 나온 어 청장은 “왜 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덕 큰스님들께 사과드리러 왔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어 청장은 식당 입구에서 신도와 스님들에게 막혔다. “어 청장은 사퇴하라” “경찰청장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어 청장은 5분여 동안 식당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 7시20분쯤 입구에서 되돌아서야 했다. 스님들은 “사전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것은 결례”라고 주장했다. 어 청장을 수행한 주상용 대구경찰청장은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사과를 드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화사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불교 지도자 100여 명이 모였다. ‘헌법 파괴 종교 편향 종식 범불교대책위원회’ 원학 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한 사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추석 때까지 지켜본 뒤 범불교도대회 개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대를 갖고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현 정부가 종교 편향적이라며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 ▶공직자종교차별금지법 제정 ▶시국 관련자(조계사 농성자)에 대한 국민화합 조치 등을 요구해 왔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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