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달러 소녀’의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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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19·사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을 위해 퀄리파잉 스쿨(자격시험)에 나갈 처지가 됐다. 최근 몇 년 새 극심한 성적 부진으로 내년도 출전권(풀 카드)을 잃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이다.

AP통신은 9일(한국시간) “미셸 위가 17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퀄리파잉 스쿨 지역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셸 위는 100명 내외의 선수가 출전하는 지역예선에서 30위 이내에 들어야 12월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퀄리파잉 스쿨 최종 예선에 나갈 수 있다.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46)씨는 이날 AP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LPGA 투어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퀄리파잉 스쿨에 출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2005년 10월 소니와 나이키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10억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한 미셸 위는 데뷔 3년 만에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파워풀한 스윙에 남자 못지않은 장타로 커다란 기대를 모았으나 프로 전향 후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고, 특히 올해는 컷 탈락과 실격 사이를 전전했다.

올 시즌 7개 대회에 출전해 6만2763달러(약 7000만원)의 상금을 챙기는 데 그쳤다. 예선을 거쳐 출전한 6월 US여자오픈에선 첫날 9오버파를 친 끝에 컷 탈락했고, 7월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선 선두권을 달렸지만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는 실수로 실격을 당했다. <표 참조>


LPGA 투어는 상금랭킹 80위 이내에 들어야 다음해 전 경기 출전권을 준다. 미셸 위는 LPGA 회원이 아니기에 상금 랭킹에서 빠져 있지만 굳이 따지면 상금랭킹 116위권이다. 결과적으로 1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었던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 실격당한 것이 결정타가 된 셈이다.

이제까지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 그가 우승한 대회는 13세이던 2003년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챔피언십이 유일하다. 프로 무대에선 2005년 메이저 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서 2등을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 2006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같은 해 브리티시 여자 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선 각각 공동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셸 위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퀄리파잉 스쿨에서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프로골퍼로서 생명이 위태로울 판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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