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프렌들리’ 달라지는 국세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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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무조사 때문에 크게 걱정을 했는데, 마치고 보니 좋은 교육의 시간이 됐다.”(인천의 한 납세자)

“회사가 어려워져 부가가치세를 제대로 내지 못했는데 납부 유예 혜택을 받아 큰 도움이 됐다.”(서울의 한 납세자)

국세청 홈페이지엔 불만사항과 칭찬·격려를 남길 수 있는 ‘고객의 소리’ 코너가 있다. 아직 불만사항이 더 많기는 하지만 국세청이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남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국세청이 ‘섬기는 세정’을 내세우며 변신의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올 5월 “기존 세무조사를 확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세무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종합세무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안내 책자(그린북)로 사전 설명을 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했다. 외부의 견제 장치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일선 지방청과 세무서에 설치된 납세자보호위원회다. 위원장을 외부인이 맡도록 했고 권한도 확대했다.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려면 반드시 위원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세무조사가 연장된 것은 월평균 59건이다. 지난해 451건보다 크게 줄었다. 조사요원들이 멋대로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또 세금을 거둬 가는 것에서 벗어나 세금을 돌려주고, 납부도 유예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올 상반기 납기 연장(자진납부 세금)이나 징수 유예(고지서 발부 건)는 5만53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77% 증가했다. 납세자의 소리를 듣기 위해 국세종합상담센터를 고객만족센터로 개편했다. 납세자의 민원이 들어오면 이를 처리하고 결과를 전화나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올 5월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실시한 신뢰도 평가 결과(100점 만점), 국세청에 대한 납세자 신뢰도는 62.5점, 일반 국민의 신뢰도는 49.3점으로 나왔다.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떨치지 못한 것이다.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립대 최용선 교수(세무회계)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세정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고위 간부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되지 않도록 내부 통제와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꾸준히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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