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7. 열린우리 채수찬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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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1월 22일. '수재' 소리를 듣던 전주고 3학년생 채수찬은 동기들과 유신 반대 시위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은다. 교내 방송을 통해 낭독할 선언문도 준비했다. 비상계엄령으로 대학가에서조차 시위 움직임이 없던 시점에 고교생들이 '궐기'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당국이 눈치를 채는 바람에 거사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채수찬은 주동자로 찍혀 제적됐다. 그런 그가 지난 17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득표 기록을 세웠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인 전주 덕진에서다. 채수찬(49)당선자는 미국 라이스대에서 경제학(종신교수)을 가르치다 출마했다. 고교에서 제적된 이듬해 동문회의 도움으로 고교 졸업장을 받아 서울대 수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유학길에 올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IMF 시기'때 당시 여당인 민주당 측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는다. "당시 미국 공화당의 도움을 얻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가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일도 있다"고 말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초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미국 입장을 들은 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측에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동영 의장과는 95년 결성한 '새사회네트워크'라는 모임을 통해 교분을 쌓아 왔다. 鄭의장은 그의 친형(채수일 전 전북정무부지사)의 친구이자 고교 선배다.

蔡당선자는 "첨단기술 자체가 산업이 되는 시대에 대비해 '고도기술거래소'를 만드는 등 법제도를 갖추는 일을 국회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정년 문제 등 고령화 사회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일에도 열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시장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역할이나 사회안전망 구축 등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미(對美)관계와 관련해선 "일단 룰(rule)을 정하면 경쟁의 결과를 중시하는 미국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한국의 생각을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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