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칼럼>對北 經協,개방.개혁과 연계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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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일성주석 사후 만 2년이 경과하고 있다.7월8일 2주기 추도행사가 성대히 거행될 것이다.다만 김정일비서의 최고지도자 추대행사는 준비되고 있지 않다.「3년상」이 끝나도 국상(國喪)기간은 더 계속될 것같다.이것이 이상한 사태라는 점 은 부인키 어렵다.북한 내부에 심각한 권력투쟁이 존재하거나 김정일의 건강에 중대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일본.미국.한국의 주요 정보기관이 하나같이 지적하듯 김비서는 북한의 당.국가.군대를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다만 경제분야 ,특히 식량문제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곤란에 직면해 있어 축하행사를 거행할 수 없을 뿐이다. 지난해에 성대히 거행된 김일성주석 2주기행사 직후부터8월 중순까지 세차례에 걸친 기록적인 호우가 식량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어 김정일의 최고지도자 추대행사를 유산시켰다.지난해10월10일 당 창건 50주년 기념일이 추대행사를 위 한 「가장 좋은 기회」였음이 틀림없다.
제네바 북.미 합의 이래 김비서가 직면한 최대 문제는 정치문제,즉 지도부 안의 권력투쟁이 아니라 경제문제,특히 심각해진 식량문제다.바꿔 말하면 김정일이 2주기 후에도 당 총비서에 취임하지 않은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그것이 이번에도 추대행사를 연기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특이한 정치체제는 일반의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북한에는 수령제를 대체할 정치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컬트적인 종교집단내의 권력관계와 비슷해 그곳에선 최고지도자(수령=교조)의 지위는 신격화돼 있고 내부적.조직적 저항 가능성은 최소한으로 억제되고 있다.당과 군간부 누구라도 갑자기 권력을 쟁취해 수령의지위에 취임하는게 불가능한 것이다.
사실 옛소련.동구형의 사회주의국가라면 북한은 이미 소멸했을 것이다.수령.노동당.인민의 3위일체가 강조되고,그것이 뇌수.심장.세포의 관계로 비유되는 유기체적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이러한 특이한 일원적 정치체제 아래에서도 어려움이 오자 「신앙심을 잃은」사람들은 외벽 무너지듯서서히 탈락한다.지난 수년간 증대하고 있는 북한 망명자 대부분은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경험한 사람들이다.식량과 에너지 결핍에따른 「세포기능의 저하」가 진행돼 내장까지 파급되고 있는게 현단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포기능의 저하가 「뇌사」(지도부의 괴멸)는 아니다.국민 전체를 인질로 삼아 경제체제 붕괴의 마지막 단계까지 지도부는 체제관리.정책결정 능력을 유지할 것같다.바꿔 말하면 강인한 정치체제와 취약한 경제체제간의 비대 칭성에 북한의 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점이 우리에게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첫째,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모든 경제기반이 붕괴하기까지 지도부는 정책결정 능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나 태평양전쟁 말기의 군국주의 일본처럼 북한 지도부는 체제 붕괴의 최후단계까지 항전의욕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둘째,경제체제의 붕괴가 어떻게 정치체제의 붕괴를 몰고올 것인가.그 형태.정도.시기를 외부에서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인도적 관점에서 북한 국민을 구제하면 지도부도 구제되고종래 정치체제의 생명력이 부활될 것이다.더군다나 한국을 포함한주변국가들은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바라지 않고 있다.그렇다면폭력적인 사태를 피하면서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를 촉진하고 한반도 통일에 수반될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주변국가들의 기본목표가돼야 할 것이다.특히 대북한 경제협력을 개방.개혁의 진전과 연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우리에게 남겨진 최선의 선택은 북한의 점진적 변화며 개방.개혁 없이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게이오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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