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공직자 골프 自制令 수용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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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공직사회가 그 사회의 여타 부분에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관(官)주도의 성장전략을 채택해 왔기에 그 영향은 특히 크다고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 골프 자제령의 당부(當否)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즉 「골프자제」로 표현되는 공직사회의 자숙분위기가 지금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미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때 이번의 골프자제령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형편이 별로 좋지않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의 특별한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정치적으로,또 경제적으로 혼란하고 불안하고 침체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앞장서서 어려움 을 헤쳐나가는솔선수범을 해야 한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공직사회가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에너지절약이 필요할 때에는 관공서의 난방이나에어컨 가동을 자제해 왔고,교통혼잡이 심할 경우 차량운행 10부제를 채택했다.국가적인 우환이 있을 때,국민이 고통을 받을 때는 음주가무나 유흥활동의 자제령이 발동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아직까지는 여유있는 사람,높은 사람의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나라의 형편이 어려운 처지에 있고 많은국민이 불안과 혼란에 시달리고 있을 때 공직자들이 서민과 거리가 먼 골프를 자제함으로써 국민생활을 보다 가까 이에서 보살피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으로서는 한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공직자,특히 고위공직자들은 보다 자숙할 필요가 있다. 문민정부 출범 초기에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이 있었건만 최근 들어서도 고위공직자 또는 권한행사라는 면에서사실상의 고위급 공직자들의 부정비리사건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공직사회의 구조적 부패에 대한 국민적 비난은 이 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공직사회 스스로 자기정화를 해야만 하는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시기에 공직자골프자제령은 고위,또는 고위급 공직자들에 대한 자숙요구로 이해된다.전체 공직자중 골프를 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적을 것이다.때문에 대다수의 공직자는 골프 자제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또한 골 프를 자제함으로써 절약되는 직접적인 시간과 정력 또한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결국 골프 자제령은 실제로는 골프를 즐기는 극소수 고위공직자의 골프장 출입횟수를 줄이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위공직자는 직무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골프」로상징되는 부정비리 관련 가능성을 차단하라는 것이다.
사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시시콜콜 「골프를 쳐라 마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골프를 치든 안치든 공직자들은 골프자제령이 불쾌할 것이다.개인의 스포츠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당연히 부당하다.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 고위공직자」「골프」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자제령」이라는 말도 한시적(限時的)인 유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양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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