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대만PC '경쟁력'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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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에이서컴퓨터는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개인용컴퓨터(PC)생산업체다.
지난해 이 회사의 PC 생산대수는 1백90만대.
우리나라 총 시장규모 1백60만대보다 많은 양으로 세계 7위이자 아시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회사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타이베이 본사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이 자리에는 「소프트웨어 황제」 빌 게이츠등 세계 컴퓨터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인사 2천여명이 참석,「PC제국 에이서의 오늘과 내일」에 귀를 기울이며 축하의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스탠 시 에이서컴퓨터 회장은 이날 개막연설에서 『우리는 20년동안 세계를 상대로 열심히 뛰었다』고 감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PC산업은 지난 80년 삼보컴퓨터가 8비트 PC를 처음 선보인 이래 올해로 16년이라는 연륜을 쌓았다.
대만과는 불과 4년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1,2위인 매직스테이션(Magic Station.삼성)과 트라이젬(TriGem.삼보)브랜드는 지구촌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아니다.
국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성능면에서 국산이 에이서 제품보다 나으면 낫지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이 뒤떨어지는 이유는 세계를 상대로 「파는 실력」을 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구촌 네티즌들은 한국 PC를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간혹 수출컨테이너에 실리는 제품도 있으나 그나마 남의 상표를빌린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상표로 수출되는 비율이 10%도 안된다는게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에이서는 달랐다.20년전 허름한 차고에서 조립제품으로 시작한에이서는 처음부터 눈을 세계로 돌렸다.
PC를 만들자마자 미국은 물론 동남아.라틴아메리카 등지로 들고 나가 악착같이 팔아댔다.그 결과 현재 38개국에 44개의 현지공장과 1백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제 국내업체들도 눈을 세계로 돌려야할 때다.품질에서 뒤지지않는다면 우리라고 못할리 없잖은가.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세계로 나가라.그 곳에 지구촌 소비자들이 있다」 에이서 20주년 행사가 국내업체에 주는 교훈이다.
〈타이베이에서〉 김종윤 정보통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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