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자확대 속 미국 개방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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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시장개방압력은 끝이 없는 것 같다.대미(對美)무역이 적자때건 흑자때건 가리지 않고 주문식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한국민에게 익히 알려진 캔터 미상무장관이 취임후 첫해외나들이에서 한국에 와 통신.건설.자동차시장의 개방확대를 거듭 요구했다.특히 캔터장관은 정보통신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습적으로 한국정부가 「정보통신 기술협정」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이것은 2000년부터 정보통신용품의 무관세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여서 사실상 통신장비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인 셈이다.
통상협상에 관한한 미국은 늘 일방적 주문식 압력인데 반해 우리는 항상 당하는 입장이다.대미 무역이 흑자일 때는 그런대로 미국의 압력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대미 무역에서 적자폭이 해마다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가 왜 계속 개방압력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올해만 해도 5월말 현재 대미 무역적자규모가 43억달러에 달했고,연말까지는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쯤되면 우리가 미국측에 교역상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해 시정해나가야할 판이다.그런데도 계속 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미 통상정책과 자세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캔터장관은 이번에 한국정부가 지프에 대한 자동차세를 인상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까지 전달했다.이것은 어디까지나 환경을 감안해결정된 국내문제다.이런데까지 시비를 거는데도 왜 정부관계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가.더구나 장관들이 호텔까 지 찾아가 일방적 압력을 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우리가 국제규범이나 기준에 어긋나는 분야가 있다면 국제기준에 따라 개방하는게 원칙이다.그러나 미국이 그런 합당한 이유없이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방압력을 계속한다면 우리는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정부도 이런 점을 깊이 인식,보다 공격적인 통상외교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특히 우리가 엄청난 대미 무역적자국인만큼 오히려 협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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