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에 평양 방문한 서영훈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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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18일 독립운동가 고(故)손정도 목사의 추모 학술회의 참석차 31년만에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21일 "그간 도시 건설이 많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고 화해협력을 통해서 평화를 건설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서 총재와의 일문일답.
--평양을 다녀온 소감은.
▲지난 11일에 갔다가 18일에 왔는데 지난 1972년 이후 31년만에 평양을 다녀온 것이다. 주도로의 건물들은 그대로인 것 같았는데 주체사상탑도 높고 도시건설도 많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술행사는 인민대학습당에서 했는데 지난 48년 민족청년단 활동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장소가 그 인근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하더라.
--주로 어디를 다녔나.
▲평양 방문 다음날(12일) 학술행사를 하고 애국열사릉, 단군릉, 묘향산, 서해갑문 등을 둘러봤다. 애국열사릉은 들어가지 않고 잠시 구경만 했는데 한설야, 무정, 문예봉 등의 묘가 다 있더라. (안내원은) 숙청됐다가도 독립운동했던 사람은 이 곳에 묻어줬다고 했다.
17살 때 묘향산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암자가 그대로 있었다. 안내원으로부터 내가 심었던 잣나무 얘기도 들었다. 보현사에 가서 그 당시 주지스님 이름 등을 얘기하자 스님들이 놀라더라.
--장재언 위원장과는 만났나.
▲물론 만났고 만나서 다섯가지 제안을 했다. 남쪽에서는 면회소가 관심사이니 적당한 선에서 짓도록 하고 필요하면 더 만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이산가족 상봉을 금년에 한번 더 하자고 했는데 북측은 곧 11월이 오는데 그러면 눈도 오고 날씨가 좋지 않아 상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세번째는 작년 9월 남북 적십자 총재회담 때 합의했던 6.25 전쟁중 행방불명된 사람에 대한 생사.주소확인을 하자고 했고 북측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넷째로 남북 적십자간에 청소년.직원.봉사원 교류를 하자고 했고 북측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끝으로 오는 2005년 국제적십자연맹 총회 유치를 교섭하고 있는데 북측의 협조를 요청했고 북측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장위원장의 반응은.
▲장 위원장은 북쪽 적십자병원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한적의 지원을 요청해왔다. 이에 전문가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실 길만 열어주면 북측에 의료지원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의 적십자병원 지원사업을 하다 보면 혈액사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장 위원장은 특히 방북기간중 결정된 비료지원에 대해 매우 고맙다며 사의를 표시했다.
--이산가족인데 방북기간중 북측의 가족은 만났나.
▲내가 한적 총재로서 이산가족 전체를 생각해야지 개인적으로 가족들을 만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다만 북쪽에 두 동생이 있어서 한명은 올해 70세이고 또 한명은 68세인데 모두 열심히 잘살고 있다고 말해주더라.
--이번 방북 목적은 손정도 목사 추모사업인데.
▲손정도 목사는 독립운동가로 중국에서 흥사단과 적십자 활동을 했던 분이다. 이번 학술행사에 가서 개회와 폐회사를 했다. 난 손종도 목사가 이념을 초월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인 만큼 지금 우리가 이념을 넘어서 화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족간에 화해 협력하고 한반도의 전쟁을 막아야 하며 북쪽은 남쪽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행사를 마치고 떠나기 전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도 만나 1시간 정도 얘기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고 화해협력을 통해서 평화를 건설하자고 말했다.
--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데.
▲세계에서 이라크에 들어가 직접 의료활동을 벌인 기구는 대한적십자사가 유일하다. 앞으로도 이라크내 병원에 시설과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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